장소라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처음 하는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하루를 삽니다. 덕분에 아주 가끔씩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다방 책 만든다고 했는데…’ 생각만 마음에 가지고 몇 달을 살았습니다. 잘 쓰고 싶어서 쉽게 쓰지 못했던 마음을 그냥 담아두기가 아까워 거친대로 써봅니다. 잘쓰지 못해도 괜찮아, 하는 것을 생각다방 산책극장에서 천천히 두고두고 배웠습니다. 그 마음 덕분에 어둡고 외로웠던 20대의 어느 날들을 그렇게 지나왔습니다.
생각다방의 생각이 떠오르면 금새 처음 생각다방을 찾아갔던 지난 날의 내가 됩니다. 주황색의 가로등 불빛이 비추었던 어둑한 골목길, 어두침침했던 방 안에서 만났던 두 사람과 따뜻했던 찻잔, 화분같이 앉아있어도 괜찮았던 어느 날의 다방, 다방 밖의 벤치에서 쭈그리고 앉아 볼 수 있었던 풍경 같은 것들이 휙휙 지나갑니다. 칠산동으로 이사하던 날, 마당에서 함께 먹었던 짜장면. 여러 번의 홈메이드 파티, 함께 했던 김장, 이불 속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놀았던 밤들. 여러 순간들이 반짝이고 있어 참 고맙습니다. 요즈음은 함께 했던 김장과, 그 때의 백김치를 그리워하고 있어요. 밤새 즐겁게 하하호호 웃고 떠들며 술 마시던 날들이 그립고요.
생각다방의 기억을 다시 되돌아보면 그 때 배웠던 것들을 지금의 나는 그다지 잘 써먹으며 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못해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고, 조금씩 천천히 힘빼고 함께 하는 놀이. 그렇게 순간을 살았던 경험들이 그 때의 나에게는 참으로 절실히 도움이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갈수록 다른 사람에게 나를 드러내기 두렵고, 무엇이든 잘 해야 할 것 같고, 언제나 마감이 코앞에 있는 것처럼 허둥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아요.
그래도 말이에요, 그 시간들 덕분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잠시 힘들고, 잘 안되어 속상하지만 또 지나가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매일 꾸준히 조금씩 기록하는 것도, 무엇 하나 잘되지 않는 나를 책망하지 않고 도닥거려줄 수 있습니다. 이런 나여서 나의 딸 하진이에게도 괜찮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멀리 있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그 모든 순간과 친구들이 떠오를 때마다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 하고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인생은 예술, 예술은 놀이’, 잊지 말아요. 늘 감사합니다.
생각다방 산책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