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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디 UnD Mar 24. 2024

통번역대학원 입시 준비,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예상 못한 신세계, 통대

(Cover image generated by Adobe Firefly)


앞선 글에서 언급한 대로, 세계테마기행이라는 아주 우연한 계기를 통해 통번역대학원(이하 통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에게 통대 진학이 새로운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선호도가 있었던 동시에 뭔가 영어 실력에 있어서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까지 갈고 닦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적당한 공교육과 사교육을 받아가며 한국 토박이로 살아온 나는 솔직히 한국인 평균보다는 거의 늘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고, 외국물 먹은 친구들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정도였다. 내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영어 사용의 여러 영역 중에서도 발달된 영역은 꽤나 높은 수준이지만, 건드려지지 않은 부분은 다소 방치되어 불균형적인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나의 부모님은 딱히 (조기)유학 지지파도 아니었고, 또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한국은 내게 너무 좁은 물이야'라고 주장할 만큼 특정한 한 분야에서 난놈도 아닌 것 같았다.(너무 주제 파악이 빨랐을까? 아니면 불필요하게 빨랐던 걸까?) 그래서인지 청소년 시절 외국에서 수학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외국 경험을 한 거라고는 대학생 시절 뉴질랜드에서 한 학기 교환학생을 한 게 전부였다.


그나마 학생 시절은 영어 시험이 요구될 때 점수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취직을 하고 나서는 영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시피 되었고, 그렇게 더이상 효용가치 없이 영어실력은 슬금슬금 쇠퇴해 가는 듯 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삼성으로 이직을 했더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업무 상 영어를 쓸 일이 매우 많아진 것이다. 같은 팀 내 외국인 동료가 여럿 있었고, 당시 속한 파트 포함 전반적으로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꽤 많이 진행하고 있었다. (역시 글로벌 기업이구만 하는 대목이다.) 물론 네이티브 수준으로까지 영어 실력이 요구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읽고 이해하고 쓰는 것까지는 원활하게 되어야 업무에 지장이 없을 수 있었고, 잠자고 있던 내 영어 실력은 갑자기 발동되기 시작했다. 활성화된 영어 실력은 천천히 내 몸에 다시 쌓이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함께 아직도 계발되지 않은 영역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이미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는 지났으니 네이티브만큼 잘하는 것은 욕심이고, 그래, 유학 갔다온 사람들 정도까지는 한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은은히 들어왔다.


다시 세계테마기행을 시청한 직후 시점으로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은 통번역대학원에 대해 자료를 힘써 검색해보니 여기를 가면 내가 원하는 '그 수준'의 영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기본적으로 통번역대학원은 전문 통번역사가 되기 위해서 자격을 얻는 교육 과정이라고 보면 되는데, 일반대학원과는 다르게 입학 시험 자체가 난이도가 높고 빡센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지원자들이 통번역 입시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데 합격까지 평균 1-2년 정도 입시 공부를 하며, 학교마다 입학 시험 유형과 평가 내용도 조금씩 달라서 학교 별로 맞춰서 입시 커리큘럼이 다르다고 한다. 그렇다. 통대 입학은 그 과정부터 실로 엄청난 세계였던 것이다. 학교 별로 홈페이지에 기출 문제가 업로드되어 있는데, 몇 개 해보니 이게 장난이 아닌 거다.


하지만 잘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나는 철없이 놀러나온 꼬마애처럼 무작정 시험을 치기로 했다. 그 즈음에 이미 지원 가능한 학교가 두 군데밖에 없었고, 생각했던 학교가 그 중 하나여서 선택은 오히려 쉬웠다. 지원서를 쓰고 나니 준비를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회사 업무를 병행하면서 퇴근 후 공부를 진득하게 하기는 어려웠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당시 본업에 더해 직무변경 시도, 이직 시도, 제 3의 길 준비 세 가지의 선택지를 모두 추진중이었기 때문에 도무지 여력이 나지가 않았다. 나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 인간에 불과했다. 시험 10일 전부터 진행되는 L학원 실전 모의고사 반을 줌으로 수강했지만, 그마저도 갑자기 업무가 쏠려 일하느라 완강하지 못했다. 그렇게 무심하게 시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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