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아메리카노가 미국 게 아니야?
커피와 관련해서 뉴욕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국인들의 영혼의 드링크, 한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아메리카노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사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관련해서는 이미 이탈리아에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나도 참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하는 극성커피주의자인 건 맞지만, 미국에서도 이런 문화충격을 받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왜냐하면 이름이 Americano니까 본토에서는 소통의 오해가 전혀 없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https://brunch.co.kr/@iamundecided/229
https://brunch.co.kr/@iamundecided/217
[링크 소개: 난 전세계 어디에서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거나, 제조하는 능력을 지녔다.]
작은 의구심이 시작된 것은 양키 스태디움 하드록 까페에서였다. 야구 경기를 보러간 날이 내가 뉴욕에 온 이후로 가장 더운 날이었기 때문에 뭐라도 사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시 경기장 안에는 8불에 판매되는 미친 가격의 깡생수와 길다란 캔맥주밖에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구 하드록까페(그때까지만해도 여기가 까페 겸 식당인줄 알고 있었다. 정답은 술집 겸 식당이다.)에 무작정 비집고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 했던 것. 사람은 버글거리고, 바 근처에는 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서 이미 드링크를 마시고 있거나 서서 바텐더에게 틈날때마다(!) 주문을 큰 소리로 외치는데, 너무 시끄럽고 바텐더의 주의 집중을 시키기가 어려워서 나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겨우 맘씨 착해보이는 흑언니 한 분을 붙잡고 용기내어 말했다.
(시끌시끌)"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문할 수 있을까요?"
(벅적벅적)"응, 하프 앤 하프로 해줄까?"
(잘안들림)"(???) 하프앤 하프가 모에요?"
(주변계속시끄러움)"설탕이랑 우유 반반 들어가는거."
(거의포효에가깝게)"????, 아뇨 그냥 블랙으로 해주세요."
주문을 일단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한 10분을 기다렸던 것 같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영 마음에 걸렸지만, 결국 커피는 나왔고. 우유가 영롱하게 섞인 나의 커피엔 설탕까지 들어가 있었다. 앍.
나는 절망감에 빠져 왜 미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는데 '블랙'이라는 라벨을 명시해주어야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프앤하프'가 나왔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찰했다. 아냐, 이 동네만 그런거겠지. 주로 술을 파는 곳이니까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겠지(!?) 라며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친구가 미국의 Z세대들이 던킨도넛 같은 데서 굉장히 달콤한 커피 음료를 주로 마신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메뉴도 카라멜 마끼아또가 아니었던가. 또 내가 종종 보는 바리스타 유툽 채널들도 보면 손님들이 (머신필터로 내린)Brewed coffee를 주문하는 경우는 있어도 쌩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은 기억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시럽이나 설탕,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쓴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블랙커피에 얼음만 넣는 경우도 드물었다.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의 쓰디쓴 아아 사랑은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니, 미국인도 잘 안먹는데 우리만 먹는 거였다구?)
이 글을 쓰면서 잠깐 살펴본 바로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진한 에스프레소 샷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미군들이 고향에서 마시던 드립 커피와 비슷한 커피를 제조하기 위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탄 것이 아메리카노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렇다 by definition, 그것은 에스프레소 샷과 물 외에 다른 것은 넣지 않는 것이 기본인 것이다. 나의 궁금함은 여전히 언젠가 완전히 해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까페들에서는 사실 위에서 말한 내용이 문제가 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비교적 신식 까페들을 방문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탈리아 커피 글에서도 한번 언급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현 시대의 전 세계의 커피 시장은 점점 더 동질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역사적인 발원지가 물줄기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큰 바다처럼 연결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이 커피 문화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현대 까페 문화는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다. 어쩌면 한국에서 까페 사업하는 분들이 이런 곳에서 일부 차용해 가거나 영감을 얻어와 자기만의 해석을 곁들여 까페를 오픈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싶다. 여긴 뉴욕이니까. 모든 시작이 되기에 충분한 곳.
5. Devocion 브루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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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가봐야할 동네가 있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브루클린을 꼽을 것 같다. 두번째 devocion 방문은 브루클린에서였다. 빽빽하고 더럽고 바글바글하기만 한 맨하탄과는 다르게 브루클린은 도착해서 조금만 걸어봐도 한적한 분위기였고, 낮은 밀도가 주는 평안함이 있는 멋진 동네였다. 까페의 전체적인 컨셉은 이전에 갔던 시내 지점과 비슷했지만 훨씬 더 공간감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로망을 가지고 있는 천장 유리창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너무나 멋졌다.(동시에 굉장히 더운 것도 사실이다.)
물론, 손님이 적은 건 아니라서 쇼파쪽에는 합석을 하기도 하고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기다림이 지루하다기보다는 그 나름대로 자유분방하고 여유적적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이 때는 지인에게 추천받았던 라떼를 먹었다. 아이스 라떼를 시켜서 얼음이 녹아가면서 옅어지는 맛을 즐기는 편인데, 이 곳의 아이스 라떼는 그걸 즐기기에 적당한 농도였던 것 같다.
6. % Arab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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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카는 상해 출장 때 한번 가보고 정말 푹 빠져서 2번 방문했던 곳이었다. 커피도 맛있고 상해 지점은 100년이 넘은 건물에 위치해 있어 분위기가 정말 끝장났었다. 그 뒤로 % 앓이가 너무 심해서 한국에는 안생기나를 줄곧 기다렸지만 막상 생기고 나서 가보니 그때의 그 아른아른한 감성이 아니어서 약간 김이 샜던 것 같다. 근데 이미 뉴욕에 진출해 있었던 이곳! 맨하탄 시내에서 가본 % 아라비카는 독특한 튜브 쇼파가 키 테마인 인테리어였고 탁자가 없어서 오래 앉아있기를 기대하는 곳은 아니었다. 바리스타가 차분하게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이 전 세계 공통이었다. 시내에서 걷다가 잠깐 더위를 식히기에 좋은 곳.
7. Daily pro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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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파크 근처에 위치해 있다. 뉴욕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추천한 까페. 잠깐 만나서 수다떨기 좋은 곳 같다. 가게 외관과 내부 분위기 예쁘고, 밝은 우드 톤의 자연자연한 느낌이 드는 까페다. 간단한 베이커리와 디카페인 음료도 팔고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 맛은 평타인 것 같고 가격대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높은 느낌이지만 동시에 돈값은 하는 느낌이다. 스태프들도 뭔가 외모가 깔끔하고 스타일이 좋은 느낌이었다.
8. La Parisie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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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쪽에서 약속이 있어 가게 된 곳. 아기자기한 외관에 내부도 넓지 않고 아담하다. 프렌치 토스트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정작 연어 베이글이랑 달콤한 프랑스식 빵을 사먹었다. 우리 테이블을 제외하고 여기 동네 사는 사람들만 가득 와 있는 기분이라 로컬 카페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곳에서 가볍게 브런치 정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웨이팅이 있을 때도 있다. 비교적 가성비 나쁘지 않은 까페.
9. Stumptown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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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호텔 1층에 위치해 있는 스텀프커피타운 체인. 불을 거의 꺼둔 것 마냥 어둑침침하고 루즈한 분위기의 호텔 로비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란다. 라식 수술을 해서 빛의 양에 민감한 나는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도심 속 동굴에 숨어버린 느낌이 들어 독특했다. 내부는 크지 않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느낌. 나는 아침 일찍 방문해서 카푸치노와 블루베리 머핀을 먹었다. 베이커리류는 다 맛있어 보였고 커피 맛도 쫀쫀하고 부드러워 내 입맛에 맞았다. 드립 커피가 있으면 마셔보려 했지만 필터 커피만 있다고 해서 시도하지 않았다. 굳이 멀리서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근처에 지점이 있다면 제법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방문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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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시내를 방랑하다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점으로 방문했던 커피프로젝트. 드립이 주종이고, 커피를 쪼개서 코스요리처럼 세트(?)로 나오는 특이한 메뉴도 있다. 여기서도 드립커피를 마셔보겠다고 바리스타에게 산미 없는 원두를 요청했는데, 산미가 있는 원두를 주로 다루고 있다고 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마음을 비우고 그러면 그 중에서 추천을 받겠다고 하고 커피를 받아 마셨는데, 아니 글쎄.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역시 산미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커피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내리느냐, 또 맛있게 잘 내리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에서 맛보아오던 깔끔한 맛을 내는 드립커피. 스킬이 더 들어간 만큼 가격도 만만찮게 비싸졌다. 뭐, 까이꺼. 커피 한잔에 15000-20000원 쓰면 되지 뭐. 별거 없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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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시내에서 아무 정보없이 들어가게 된 가게. 친구의 퇴근을 기다리면서 죽치고 앉아있었던 곳인데, 다른 손님들도 노트북을 들고와서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보니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앉아있어도 부담 없는 곳 같다. 매장을 둘러보면 메뉴판부터 이곳저곳에 디자이너의 손길이 스친 듯한 아이코닉한 무드가 느껴진다. (예쁘고 깔쌈한 건 무조건 찬성!) 화장실도 내부에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이 곳 커피 맛은 한국에서 파는 커피 맛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이 든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단정한 에스프레소 커피의 맛. 익숙한 편안함을 느꼈다. 맞은 편에 chip city라는 맛있는 쿠키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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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브릿지 구경 후 넘어가서 들어가게 된 작은 푸드코트몰 1층 입구 쪽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가게. 동행인 말로는 제니도 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데.... ㅎㅎ 엄청난 고열량 고밀도의 아이스크림인데 너무 더웠던지라 그저 맛있기만 했다. 위에 올라간 초콜렛도 고퀄리티. 후루룩 짭짭! 금방 먹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