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만큼 다양한, 개성있는 까페들
https://brunch.co.kr/@iamundecided/229
작년에 냈던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 [이토록 아름다운 이탈리아]에서도 썼듯, 나는 자타공인 커피 중독자이자, 맛있는 커피 좋은 까페에 열정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까페 가서 커피 마시는 걸 버킷리스트라고 하기엔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만큼 열심어린 검색과 고심 끝에 방문했던 뉴욕 까페들 리스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잠깐씩 머물거나 커피만 마시고 나온 곳도 많고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평소 글들과는 달리 블로그 같은 성격의 글이 될 것 같다. 함께 산책하듯 즐겨주시길 바라며!
1. Do not feed alligators
https://maps.app.goo.gl/WVGx2vQgYmN93BkC9?g_st=com.google.maps.preview.copy
소호 거리에 위치한 '악어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이름부터 상상어린 호기심을 끄는 이 까페는 심플하고 모던한 화이트톤 외관이고 내부 인테리어도 같은 컨셉이다. 방문 당시 날씨가 꽤 덥긴 했으나 길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너무 좋아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는데, 하루 종일도 앉아있을 수 있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가게 이름을 한번씩 소리내어 읽으면서 흥미로워하는 게 들렸다.
푸어오버 식의 드립 커피와 에스프레소 커피 음료, 알콜 및 논 커피 음료도 팔고 있다. 나는 카푸치노, 친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마셨다. 가격은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메뉴판 기준으로 각각 4달러, 6달러 정도인 것 같은데 세금이 붙으면 대략 20% 정도 최종 결제 금액이 올라간다. 뉴욕에 와서 처음 마신 커피였는데 맛은 괜찮았다. 바깥 풍경을 함께 마시면서 뉴욕 바이브를 들이켜 봤다. 소호를 방문한다면 한번쯤 가볼만하다.
2. La Cabra
https://maps.app.goo.gl/3qCA98GXU9pSj7UdA?g_st=com.google.maps.preview.copy
이 집 참 웃긴게, 간판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자칫 가게를 지나칠지도 모르는 수준이다. 근데 안에 손님들은 버글버글. 드립커피가 주종인 것 같고, 베이커리류도 파는데 크로와상이 맛있다고 유명하단다. 뉴욕에서는 마차, 호지차도 꽤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 추측해보건대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커피 아닌 다른 음료를 마셔야 하는데 그 대안으로 인기가 높아진 메뉴가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녹차가루가 들어간 음료는 좀 텁텁하다고 느껴서 배고플때 아니면 잘 안마시게 되더라.
와글와글 사람들 속에 겨우 자리를 잡고 합석을 했는데, 옆에 있던 터키 여자애가 갑자기 한국말로 말을 거는거. 친구랑 나의 대화를 들어보니 한국어 같더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어를 너무 잘해서 도대체 어떻게 그리 한국어를 잘하냐고 물어봤는데, (한류 때문에 배웠다는 식의) 예상가능한 답변을 깨고 한국어를 "독학" 했단다. (....멍...). 언어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전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한국어로 꽤 긴 스몰톡을 나눈 뒤 쿨하게 각자의 일행과 대화를 그녀는 먼저 자리를 떴다.
역시 가격은 사악하다. 으레 드립 커피를 다루는 곳 답게 산미 강한 커피 맛. 나는 신 커피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뉴욕의 드립 커피는 어떤가 하고 마셔봤다. 아이스티는 카페인을 하루에 일정량만 섭취하려는 친구의 선택. 립톤 아이스티랑은 다르게 당이 하나도 안들어가기 때문에 쌉쌀한 맛의 아이스 홍차에 가깝다.
3. Culture Espresso
https://maps.app.goo.gl/5KBwpq6XmHBBW6Ur9?g_st=com.google.maps.preview.copy
구글 평점을 보고 찾아갔던 곳이다. 매장 내부가 그리 크진 않아서 테이크아웃을 주로 하는 매장인 것 같다. 주변 뉴욕 직장인들이 와서 사가는 느낌(?).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는데, 음료 제조 속도와 회전율은 빨라서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진 않는다. 커피와 아메리칸 쿠키류를 팔고 있다. 공원가서 먹으려고 아아와 오트밀 레이즌 쿠키를 샀다. 커피 맛도 아주 보편적인 괜찮은 아이스아메리카노 맛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따뜻한 우유 들어간 라떼류 음료를 많이 주문하는 것 같았다. 미국 사람들은 신기한 게 대부분의 음료를 정말 Big size로 먹는다. 몸의 크기 자체가 달라서일까. 음료 소화 양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4. Devocion
https://maps.app.goo.gl/fCNgVZ46s5Wsjes58?g_st=com.google.maps.preview.cop
영어로는 devotion, 프랑스어로 헌신을 의미하는 디보씨옹. 맨하탄 및 브루클린에 여러 지점이 있는데 이 까페는 참 맘에 들었다. 일단 스벅이랑은 다르게 본토 사람들이 오는 로컬 카페 느낌이 낭낭했고, 커피 맛도 좋았다. 두 군데 다른 지점을 가긴 했지만 유일하게 뉴욕에서 두 번간 까페.
이 때 남긴 메모 기록:
"누군가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게 편안하다.
특히 카페에서처럼 반복적인 행동과 적절한 소리 그리고 편안한 표정으로 익숙한 과업을 수행하는 사람을 보면 내 머릿속 속도도 그 손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들에게 내가 일하는 얼굴 표정이 드러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일할 때나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는 인상을 미간을 찌푸리는 때가 많은데 누군가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왠지 부끄러울 것 같다. 언제든 얼굴 표정을 관리 하는 것은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일인 것 같다.
It makes me comfortable to see someone is working in front of me. Especially looking at someone who works in a café with repetitive actions and regular sounds with peaceful face, I get a feeling that inner side of myself syncs with the person's speed and movement. It's gonna be a big deal to reveal my face to others when I'm working. I tend to shrink my face when I'm working or looking at the monitor, which makes me embarrassed if someone looks at me. To me, it is a kind of professional thing to manage my facial expressions all the time."
어디선가 봤던 미국인 바리스타의 주머니에 한 손 꽂고 무심하게 내리는 모습이 기억에 각인되어 있었더랬다. 대부분은 에스프레소 메뉴를 마시는 것 같았지만, 다른 커피보다 몇천원 더 비싼 미국식 푸어오버 커피는 어떨까 하고 주문했다. 커피 드립하는 모습을 찍고 싶었던 나는 조심스레 바리스타에게 영상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바리스타는 순간 잠깐 멍해지더니, 그걸 물어봐줘서 고맙다고 했다. 항상 지키긴 어렵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카메라에 담는 걸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일 뿐인데, 감사 인사를 들어서 기분이 묘했다. 사람들이 보통 물어보지않고 마구 영상을 찍어대는게 일상적인가 보다 했다. 이 커피는 아직 시차 적응을 못했던 나에게 정말 찐하디 찐한 .. 사약같은(좋은 의미로..) 카페인 수혈이었다. 일반 커피의 3배 정도 농도인 느낌. 유럽에서 마시는 모닝 커피 이후로 오랜만에 느끼는 짙음. 하루에 연거푸 3잔을 마시던 뉴질랜드와 위장이 버텨주던 20대 시절이 잠깐 떠올랐다. 오랫동안 머물기 좋은 멋진 까페였다.
>><버킷리스트 넷. 뉴욕 까페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