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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성 Oct 04. 2022

자주 오는 장소와 그녀

 

 친정집에 오면은 어김없이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물감과 서예 붓 등을 펼쳐 놓고 그림 세계에 빠진다. 

어릴 적 외갓집에 가면 할아버지 방에 있던 붓은 탐날 정도로 윤이 났다. 어린 손녀를 곁에 앉히고 한자를 가르쳐주시던 그 순간은 외갓집을 좋아하던 이유 중 손꼽혔다.     


 손자 손녀와 집 안에서 하는 그림 놀이는 수많은 전후 과정이 필요하다. 거실 가득 도구들을 펼쳐 놀이해야 하고 중간중간 치워도 며칠 뒤 벽이나 바닥에 쭉 그어진 선 하나 발견되는 건은 예삿일이다. 

서예전을 할 만큼 조예가 깊지만 그 붓은 푸들 털이 되어 색색의 물감과 먹물을 묶여 예술과 장난 그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다.

하고 싶다면 어떻게든 기회를 주려고 하는 친정엄마의 마음을 잘 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학창 시절 공모전 준비를 위해 전지를 깔아놓고 파스텔로 그림을 그렸는데 한 달 내내 가루 날리는 방에 잔소리 한번 하지 않으셨다. 대학 졸업 후 북아트 전 준비를 위해 베란다와 거실 가득 직접 뜬 종이를 바닥에 펼쳐 놓고 몇 주를 지냈지만 언제나 지지해주셨다. 중학생 때에는 엄마의 공업용 미싱을 하도 만지니 결국 중고 가정용 미싱을 선물해 주셨고, 집에 손님들이 오면 딸이 만든 것이라 얼마나 자랑을 하셨던지.

그 시절의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주 오는 장소,

친정에 오면 언제나 친정 엄마가 계시고 지지와 응원을 받던 유년 시절의 나를 마주한다. 그녀 곁에 바짝 붙어 앉아 쫑알쫑알 앙증맞은 입을 가진 저 아이는 내 최애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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