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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검사 입원하다.

by 글맘 라욤

아이의 고개를 떨구는 증상에 대해 아무래도 뇌파검사를 받아보라는 정신과 의사의 소견을 받은지 2주만에 연세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보고 검사를 받는 날이 되었다.

입원 절차를 받고 2인실 병실을 배정받았다.

아이는 의사 소통이 전혀되지 않기 때문에 1인실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1인실 병실이 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2인실을 배정받았다.


입원해서 들어가니 솔직히 왜 입원을 하라고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1. 뇌파검사는 마취를 해서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연세 세브란스의 방침이었다.

-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최대한 늦게 재우고, 일찍 깨우라는 게 의료진의 의견이었다.

2. 검사는 모두 다음날 아침에 진행하기로 했다.

- 피검사는 뇌파검사 하기 전에 8시 전 후로 진행하기로 했다.

3. 뇌파 검사를 위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수면유도제를 먹는 것 뿐이었다.

- 유도제와 더불어 정신과 약을 아침에 복용하기로 했다.


결국 병원을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아이를 최대한 늦게 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는 12시 넘어 재웠고, 5시 30분에 깨웠다. 다시 병원을 왔다갔다하며 시간을 보냈다. 간혹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아이가 잘 견뎌주었다.

다음날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버텨주고 있어서 내일은 잘 되리라 생각했다.


아침이 되서 간호선생님이 다가왔다.

"아이가 채혈에 협조가 될까요?"

"아니요. 전혀 되지 않아요. 가드요원분들 적어도 3분은 필요할 거 같아요."

난 분명히 경고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그런 부분에 협조가 부족했다.

채혈실에 간신히 들어간 아이에게 배정된 시큐리티 요원분은 1명이었다. 그 한 분이 다리를 잡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5분이 투입되었다.

다리를 잡고 팔을 한팔씩 잡고, 채혈하는 분 한 분이 채혈을 시작했다.

몸부림 치는 아이를 잡는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움직이는 아이때문에 처음에 잡은 혈관은 결국 숨어버렸고, 두번째 혈관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간신히 채혈이 이루어졌다. 이대로 뇌파검사는 가능할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약을 먹이고, 아직 전혀 졸음이 오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이번에는 뇌파실로 향했다.

누군가 자신을 잡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고, 머리에 손을 대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아이는 들어서자마자 미친듯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검사를 하기 위한 선생님들이 남자선생님 3분, 여자 선생님 3분이 달라붙었다. 다들 다리를 잡고 손을 잡아 간신히 팔을 고정하기 위한 보호대를 착용하고 머리에 뇌파검사를 위해 전선을 붙이기 시작했다.

다 붙이고 아이가 선을 잡아 빼는 걸 막기 위해 머리에 붕대를 세게 감아 고정하고, 다시 보호대를 강하게 감하고 풀지 못하게 하기 위해 테이프까지 감았다.

검사를 위해서는 병실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병실은 2인실이었다.


옆에 침상에 누워있는 분이 힘들수 밖에 없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병실에서 뇌파 측정기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옆 침상에서 간호사에게 클레임을 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간호사가 다가왔다.

"아이에게 지금 조용히 하면 끝나고 뭐 사줄 수 있다고 하면서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런 방법이 있으면 벌써 쓰지 않았을까요?"

내가 이야기하자, 간호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내가 제안했다.

"혹시 검사실이 비워있으면 거기로 지금 옮기면 안될까요?"

간호선생님은 내 말을 듣고 자리를 떴고, 조금 있다가 아이 병실을 잠시 옮기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아침에 나간 환아가 있는지 1인실 한 곳이 비워져있었다.


아이의 휘젓는 팔을 막으면서 어서 자라고 자리에 뉘웠다. 아이는 계속 팔을 휘젓으며 졸려 눈이 감기면서도 안 자겠다고 버텼다.

만약 아이가 잠들지 않으면 검사는 어떻게 되는거냐고 검사하는 선생님께 물어보니, 만약 측정이 되지 않으면 그건 다시 교수님과 상의해야 할 내용이라고 했다.

'제발 자라. 제발 자라. 제발 자라.'

아이를 다독이며 뉘었다가, 다시 일어나는 아이를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막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아이의 눈이 감기는 게 보였다. 그렇게 아이를 뉘웠는데, 아이는 자꾸 눈을 뜨고 일어나 앉는 행동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그러다가 결국 잠시 잠이 들었다.


검사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아이가 잠이 든지 10분 정도 지나자,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를 깨워도 되겠다고 했다. 아이는 이름을 부르자 바로 깨어났다.

검사시간도 짧고 난리란 난리는 다 쳤기 때문에 별다른 소견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 뒤 한시간 정도 지나자 담당 교수님의 회진시간이 되었다.


"아이를 잘 데려오셨네요. 아이 뇌파가 좋지 않아요."

경기파가 잡힌 모양이었다. 솔직히 안 잡힐 줄 알았다. 자폐아동에게는 경기파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검사해서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내 아이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아. 그럼 경기파가 나왔나요?"

"네. 그리고 좀 위험한 부분이 있었어요."

더 질문을 하지 못하고 교수님은 그렇게 자리를 떴다. 난 경기파가 나왔다는 사실에만 놀라 그냥 조금 멍했다. 그럼 이제 신경과 약도 먹여야 한다는 건데... 그게 더 신경이 쓰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교수 회진이 끝나고 병실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실 안에 마련되어 있는 라운지에 가서 앉아있었다. 교수님과 같이 회진을 돌던 의료진 분이 나를 불렀다.

"아이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이에요. 혹시 들어보셨어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뭐라구요? 제가 잘 못 들어서..."

"제가 적어드릴게요."


아이의 병명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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