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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빨래지옥

by 글맘 라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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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독 지치는 날이다.

아이 학교가 학부모 공개 수업을 한다고 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어떻게 학교에서 생활하는지 궁금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모습을 보면 또 그것대로 마음이 좋지 않을 거 같아 그냥 데리고 있기로 했다.

비겁했던 걸까?


어젯밤부터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평소에 잘하지 않던 대변 실수를 해서 한바탕 난리를 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번엔 이불을 흠뻑 적셔 놓았다.

도대체 왜 이런 거냐며 소리를 좀 크게 쳤다.

득달같이 아이 아빠가 뛰어나왔다.

아이를 씻기기 위해 샤워기 물을 틀고 있는데 욕실 안까지 들어와 자신이 씻기겠다고 한다.

우선 두라고, 내가 하겠다고 하고. 아이를 샤워기로 씻긴 후 내 보냈다.

벗어둔 옷을 빨고, 나가는 사이 신랑이 아이의 옷을 다시 입혀 놓았다.


아침부터 큰 소리를 쳤다고 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나 역시 좋지 않다.

그냥 푸념이었는데, 아침부터 큰 소리가 났다고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었다. 뭐라고 이야기할까 하다가 아침부터 싸움이 될 거 같아 그도 나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학교를 쉬는 핑계 삼아 병원 진료를 하러 갔다.

정신과 약을 받기 위해서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병원에 가야 했다. 아이가 가기 전에도 병원에서도 얌전히 잘 기다려줬다. 계속 졸려하더니 멍한 상태여서 그런지 평소처럼 소리를 내거나 방방 뛰지 않아 다행이었다.


집에 돌아와 세탁기에 돌려둔 이불빨래를 널고 들어왔는데 거실이 흥건했다.

화장실이 바로 옆인데 거실에서 쉬를 한 모양이었다.

또 한 번 큰소리를 내고 이번에는 몽둥이를 들었다.


몇 살이냐고! 언제까지 이럴 거야!


아이는 왜 혼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저 몽둥이를 든 엄마가 무서워서 울었다.

다시 옷을 벗기고 씻기고 옷을 입히고 마당에 나가 잡초를 뽑았다.

안에 들어오니 아이가 좋아하는 유아 프로그램이 틀어져 있었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 웃었다.


짜장라면을 끓여 아이와 같이 먹었다.

거실을 어질렀던 거랑 아이 옷을 다시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결석보고서를 썼다.


이제, 다시 집을 나설 시간. 방과 후 센터에 아이를 데려다주어야 했다.


아이를 방과 후 센터에 넣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이가 잘하고 있을지 그래도 거기서는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환절기 때문일까? 너무 잦은 실수에 머리가 멍해진다.

오늘은 정말 뭔가 한 거 없이 지치는 느낌이다. 이런 날이 종종 있지만, 매번 새롭게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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