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과업...
그저께도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불이 크게 지도를 그리더니.
오늘도 이불에 크게 지도를 그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저벅저벅 걸어오는 168cm 거구의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지를 벗기고,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한번에 다 빨 수 없기에 나누어서 집어넣었다.
아이를 씻기고, 아침을 먹이고, 양치질을 해 주고 차에 태워 나갔다.
셔틀을 태워 보내고 돌아와 보니 여전히 빨래는 돌아가고 있었다.
어제 만난 엄마와 발달장애 엄마들의 끝나지 않는 과업에 대해 이야기 했다.
비장애 얘들은 기저귀를 띄면 세수도 혼자하는 시기가 오고,
옷도 혼자 입는 시기가 오는데
우리는 평생 육아하는 거잖아.
그냥 계속 세수도, 옷 입는 것도, 먹는 것도, 평생 끝나지 않으니까 그게 참 힘든 거 같아.
아이들이 혼자서 걷고, 스스로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챙기는 게
우리 아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리고, 그건 엄마의 일이 된다.
아침에 학교에 보낼 때는
나도 준비해야 하고, 아이도 준비시켜야 하고,
그리고 학교에 가는 거니까 엉망으로 하고 가고 싶지 않아서 나름 나도 신경쓰고...
하긴, 비장애얘들은 학교가 근처면 혼자 갈 수 있구나.
그런 이야기를 하며, 나와 그녀는 웃었다.
학교가 5분 거리에 있어도 혼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둔 엄마는 늘 분주하고,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설겆이를 끝내고 나니, 1차 빨래가 끝났다.
전기요까지 흥건하게 배어든 냄새를 빼기위해 밑에 까는 두꺼운 요는 이미 햇빛에 널어 두고,
전기요와 나머지 이불을 넣고 2차 빨래를 돌린다.
아이덕분이라고 하는게 맞겠지?
살림살이가 점점 단촐해진다. 이불 종류도 2, 3개에서 멈추고 두꺼운 이불을 사용하지 않는다.
최대한 자주 빨 수 있는 이불들이 장농을 차지하자, 장농도 점차 간촐해진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시간.
최대한 많은 일을 해 두어야 한다.
2차 빨래가 돌아가는 지금...
햇살이 좋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방수요는 건조기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