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아빠에 대해
아이 아빠는 14세 중증발달장애 아이와 비장애 10살 아이를 나와 같이 키운다.
휴일에는 핸드폰과 한 몸이 되어 침대에 누워있고, 평일에는 직장에 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돈을 번다. 평일에 많을 때는 2번, 적을 때는 1번 정도 술자리를 갖는다.
주말에는 나에게 주중에 언제 늦게 되는지 브리핑을 해주고, 이번 주말에는 차 2대를 혼자 끙끙대며 세차를 했다. 전원주택에 사는 우리는 아무래도 집을 손봐야 할 일들이 많은데 유투브를 열심히 보고 어떻게 고쳐야할지 고민하고 날을 정해 수리를 한다.
장애가 있는 첫째 아이를 아무래도 내가 이리저리 쫓아다닐 때가 많아, 둘째 아이는 아이 아빠가 책임질 때가 많다. 그래서 둘째 아이는 아빠에게 학교나, 친구들 이야기를 엄마인 나보다 더 많이 하는 편이다.
결혼을 하고, 첫째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 아빠는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직장인으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는 이미 충분히 늦은 결혼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커가면서 퇴직을 고민하기 보다는 조금 일찍 자신의 사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난 그러자고 했다.
그 뒤 15년....
아이 아빠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여전히 스스로 만든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어떻게든 나하고 약속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그렇게 일년 일년을 버티는 중이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면서, 우리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그렇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기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망도 하지 않고,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난 아이 아빠가 미웠다.
주말이 되면 무조건 쉬려고 하는 남자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장이며 놀이동산을 다니는 다른 아빠들을 보며 왜 저런 남자랑 결혼을 한 건지 내 자신이 한심해서 울기도 했다.
첫째 아이가 센터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고 난리칠 때, 혼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할 때, 왜 이 사람은 첫째 아이에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건지 왜 다 나한테만 하라고 하는 건지 화가 났었다.
따질 때도 있었고, 짜증을 낼 때도 있었다.
그런 갈등이 쌓여 부딪힐 때면 남편이 말했다.
그럼 니가 나만큼 벌어와.
언제든 내가 아이 볼테니까.
내가 못할 줄 알아!!!! 그렇게 말했지만, 난 알고 있다. 난 지금 아이 아빠만큼 아무리 노력해도 그정도의 수익을 만들기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랑 사느니 혼자 아이들 키우는 생각도 해 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원망하고 미워하며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은 서로 토닥이고, 어느 때는 몇 날 몇 일 대화를 안하면서 우리는 15년을 한 집에서 살고 있다.
둘째 아이가 머리가 아파 학원을 가지 못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첫째 아이를 센터에 넣고 전화를 걸었다.
"둘째가 머리가 아파서 학원 수업 못 받겠대. 난 여기서 첫째 기다려야 할 거 같은데..."
"내가 갈게. 몇 시까지만 가면 되는지 알려줘."
몇 시까지 둘째를 데리러 가 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좋은 사람이다.
나랑 맞지 않을 뿐.
아이 아빠는 늘 말한다.
너를 만족시키려면 내가 일도 안하고, 아이들만 쫓아다녀야 해.
그럼 돈은 누가 버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이 필요하고, 일정 금액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빠의 경제활동이 정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게다가 아이 둘을 케어하기 위해서는 나 한사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 아빠가 틈틈이 둘째를 챙겨주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더 바라면 안되겠지.
뭔가 뒤틀리고 섭섭한 마음을 접어본다. 오늘 바쁜 일을 두고 아이에게 가는 뒷모습을 상상하니 더 바라는 내 마음은 욕심이라고 그렇게 토닥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