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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쓰는 에너지는 몇 % 인가.

지금 이 순간 내 배터리의 잔여량

by 글맘 라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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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가 우리 집에 왔다가 넘어지셔서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으셨다.

왼손 전체에 깁스를 하게 되어서 우리 집에서 수술 후 뼈가 붙을 때까지 함께 있기로 했다.

엄마가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없지만 작은 일로 아무래도 부딪치게 된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 첫째 아이를 등교를 시켜고 나면 엄마의 아침을 챙겨드려야 한다. 그런데, 아침시간부터 난 왠지 모르게 지쳐있다.


아침에 눈을 떠, 간단하게 책을 읽고 7시에는 아침을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인다.

그리고, 약을 먹이고 양치질을 시키고 옷을 입히고 서둘러 차에 태운다.


첫째 아이는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에 모든 준비를 내가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엄마가 계실 때는 몰랐는데, 엄마가 계시면서 내가 아침에 첫째 아이를 준비시키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 알게 되었다.


이제 몸무게가 나보다 많이 나가는 아이를 끌고 화장실에 데려가, 치카와 세수를 시키는 일부터 난 기운이 빠지기 시작한다. 아이를 서둘러 데리고 나가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태워 아이가 떠나면...


내 에너지는 50%밖에 남지 않는다.


엄마가 계시지 않을 때는 집에 돌아와, 둘째를 보내고 조금 나 혼자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으니 그 50%로 나머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엄마의 아침을 챙겨드리고,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살짝 마시고 나면 집 안 청소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면 점심시간이 된다. 엄마와 함께 간단한 점심을 먹고, 병원에 모시고 다녀오거나 밖에 텃밭을 정리하거나 엄마가 말한 부탁을 수행한다.


그럼 이제 나에게 남은 에너지는 20%뿐이다.


간신히 힘을 내 오후 시간 아이들을 데리러 다녀오고,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그리고 나면 빨래를 개기 시작한다.


난.... 방전되었다.

그리고 변명처럼 난.... 맥주의 힘을 빌렸다....

어제는 식구들이 나의 음주를 너무 걱정하기에.. 텀블러에 맥주를 담아 마셨다.


저녁 시간 이후 목욕이 끝나고 나온 큰 아이에게 로션을 발라주고, 약을 먹이는 활동은 모두...

나의 힘이 아니라.. 맥주의 힘이었다.


엄마와 같이 있다 보니, 엄마는 항상 움직이시고 그럼에도 지치는 기색이 없으시다.

하지만, 난 조금만 움직여도 힘에 부치고 잠깐씩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을 잠시 들여다보거나 노트북을 켜서 뭔가 끄적이는 시간들...


육아를 하면서 얼마나 빨리 방전되고,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건 정말 중요한 거 같다.


아침에 아이를 보내는 게 그렇게 큰 충전이 필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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