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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어깨에 기대 산다.

by 글맘 라욤

투덕거리는 게 일상이다.

남편 하고도 좋은 말보다는 어느 정도 날이 선 말로 주고받고, 첫째 아이에게는 하지마로 시작해서 넌 도대체가 왜 그러니로 끝이 난다.

둘째에게는 넌 언제까지 유튜브만 볼 거야 이 말을 하루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을 한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에 온기가 적어도, 말에 조금은 날이 서 있어도, 그리고 하는 짓마다 미워서 어느 순간 방문을 쿵하고 닫고 들어가도 돌아서면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니 가족이겠지.


직장인에게는 쉬는 날이 꿀맛이겠지만, 엄마에게는 주부에게는 쉬는 날이 참 어려울 때가 많다.

나 같은 경우는 눈앞에 보이는 세 남자가 뒹굴거리는 게 쉬는 날보다 조금 거슬린다.

남편은 뭘 하면 왜 그걸 지금 하는지 짜증이 나고, 뭘 안 하면 왜 쉬는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짜증이 난다.

첫째 아이는 식사 때가 돼서 무엇을 준비하려고 하면 노상 내 주변을 빙글 대서 처음에는 엄마가 해줄게 하다가. 급발진 버튼이 눌러진다. "그만 좀 해. 저리 좀 가. 금방 된다고 했잖아!"

둘째 아이는 쉬는 날이면 당연하다는 듯 하루 종일 유튜브와 게임을 한다.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면 눈에 안 보이니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쉬는 날은 못마땅한 꼴을 계속 보니 속에 천불이 난다. 한 엄마는 쉬는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씩 동네 한 바퀴를 돈다고 하는데 정말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나의 휴일은 세 남자와 함께 부딪기다 보면 아니, 세 번의 돌밥(돌아서면 밥)이 끝나면 하루가 끝이 난다.

휴일이 지나는 저녁.. 둘째 아이가 말한다.


다시 어제가 됐으면 좋겠어.


쉬는 날을 늘리고 싶은 둘째 아이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만, 난 고개를 젓는다.


엄마는 내일이 좋아!


아침이 돼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신랑이 회사에 가고 나면 나만의 일상이 또 숨 가쁘게 펼쳐진다.

신랑은 집에 있는데 뭐가 바쁘냐고 하지만, 정말 집에 있는 나의 하루도 조용하지만은 않다.

아이들의 반찬을 만들고, 청소를 하고, 아이들의 등교와 하교를 책임지고.

나만의 성장을 위한 시간은 보이지 않고, 계획했던 일들은 뒤로 밀린 채 살림과 요리에 시간을 빼앗기기 일쑤다.


이런 사소한 일상들...

난 세 남자의 어깨에 기대 내 삶을 녹이고 있다.


그들의 일상을 도우며, 조금은 편안하길 바라며 그리고 아주 사랑한다는 말이나 온기는 부족해도.

그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빨래를 하며, 청소를 하며, 요리를 하며, 그렇게 하나씩 새기면서 나의 삶을 채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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