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보면 가끔 그냥 뛰어들고 싶어진다.
우울해서도 아니고, 지금 나의 삶이 비참해서도 아니다. 그냥 저 강이 나를 집어삼켜준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밤에 운전을 하며 한강을 지난 적이 있다.
그 고요하게 흐르는 강이 편안해 보였다. 나 하나쯤 사라진다 해도 그대로 고고히 흐를 그 강이 깊고 넓어 보였다. 그때 충동 이후 난 가끔 한강을 보면 그렇게 뛰어들고 싶어진다.
집으로 가는 길은 항상 난 한강으로 난 길을 지나게 된다.
한강 최상류에 사는 나는 그런 강이 물이 바짝 마른 모습도, 비가 많이 왔을 때는 너울 치는 모습도, 그리고 적당히 찰랑거리는 모습도 모두 볼 수 있다.
그래서 좋기도 하고 또 다르게는 습한 그 공기에 짓눌릴 때도 있다.
아침 스쿨버스를 타러 가는 아이와 함께 서 있을 때 그동안 얌전하게 버스를 타던 아이가 템트럼을 일으켰다. 이유는 내가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아마도 오늘따라 가방이 메기 싫었던 모양이다.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건너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놀라 쳐다보고, 난 아이를 무감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아이가 저러면 엄마가 달래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이 엄마가 어떻게 해 보세요. 방법이 없나요?
아이를 향했던 시선이 나에게 향하고 난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를 쳐다본다.
화를 내지 않고, 넌 왜 이러냐며 짜증 내지 않고 그저 이 시간을 견디는 것. 나에게는 최선이다.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악을 쓰고 울 때 사람들은 심지어 선생님까지도 물을 때가 있다.
그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냐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아이에게 시간을 주세요.
아이 스스로 조금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하지만, 다들 조용히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 타인에게는 참 민폐라는 걸 나 역시 알고 있다.
아이가 그렇게 이유 없는 템트럼을 부릴 때 나 역시 바로 진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조용히...
아이의 감정도 저렇게 잔잔했으면 하지만.
아이는 강물이 아니고, 나 역시 저렇게 조용히 흐르지 못한다.
아이는 결국 스쿨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아서도 스스로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학교 선생님께 아이가 아침에 약간의 템트럼이 있었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강을 보며 난 다시 한번 저 강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래도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 일정이 짜여 있다.
알람이 울리고, 해야 할 일을 하며 아이가 학교에서 잘 생활하기를 바라며 강에게 인사를 한다.
알았어. 난 오늘 묵묵히 너처럼 한번 흘러볼게.
계속 흐르다 보면 계속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아이의 템트럼마저 사랑하게 될 날이 올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