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아들 둘과 같이 잔다.
가끔 초등학교 아들은 아빠와 잘 때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나와 함께 잘 때가 많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혼자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아직까지는 혼자 자는 걸 바라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첫째가 다시 잠들기를 힘들어 하기 시작했다. 누워서 잠이 들면 괜찮은데, 잠이 들기까지 울거나, 돌아다니면서 방마다 불을 켜는 행동을 30분 정도 반복하고 있다.
둘째 아이와 그런 첫째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누워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아이는 학교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재미있게 본 유투브 이야기는 곧잘 하는 편이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터진 이야기도 하고, 꼬꼬무에 소개되었던 내용을 다시 알려주시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가 나에게 와서 속삭이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렇게 둘이 누워있는 시간이 상당히 소중하다.
아이가 이불을 돌돌 만 채 조용히 속삭였다.
"엄마... 나 너무 피곤한데, 공부방 좀 쉬고 싶어."
아이는 종종 피곤하다면서 공부하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제 겨우 4학년인데, 공부하는 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피곤하다는 아이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 멈뭇거리게 됐다.
고집이 쎄지는 시기에 아이의 말을 들어주면, 너무 쉽게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내가 너무 아이의 의견에 휘둘리는 게 아닐까?
권위를 세워 왜 공부방을 다녀야 하는지 이야기 해야 할까?
더 중요한 건 너와 형을 데려오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공부방을 다녀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할까?
엄마인 나에게는 마지막... 첫째와 데려오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이가 계속 공부방을 다녀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 모든 말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공부방을 쉬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움직이면 되는 일이었다.
아이와 2주 정도 쉬기로 하고, 이불을 몸에 감고 뒹굴거리는 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이에게 무른 나는 그래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르키고 있다고 스스로 속삭여 본다.
어른을 보면 인사하기, 학교 준비물은 스스로 챙기기, 스스로 등교 준비하고, 다녀와서는 가방 정리하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려가야 하는 시점.
우선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너무 소박한 엄마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