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알고 보면 굉장히 긴 것 같지만, 정말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순간을 잘 운영한다면 삶도 잘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있지만 실천은 참 쉽지 않다.
우린 매 순간 후회할 결정을 하고 그 결정들이 이루어진 하루를, 일주일을, 그리고 1년, 10년을 후회한다.
이 순간 울컥 올라오는 화를 다스릴 수 있다면 이 순간이 내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밥을 다 먹고, 신랑의 밥을 더 먹고 싶은지 손으로 음식을 가져갔다. 당연히 아이 아빠는 안된다고 아이가 못 먹게 했다. 그 순간 아이가 아빠의 머리를 잡았다. 아주 세게!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 일이었고, 아이 아빠 역시 병원 문제로 조금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밥도 다 먹지 않은 채 신랑은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체벌은 절대 안 된다고 하지만, 가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한 두대 때리는 소리가 나고 아이가 우는 소리가 온 집안을 울렸다.
정말 대단히 심하게 혼낼 것처럼 들어간 남편은 그래도 그렇게 한 두대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울컥 올라오는 화를 참고 아이에게 좋게 이야기했다면 이 집의 무거운 분위기는 바뀌었을까?
아이는 전두엽 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성적 판단은 거의 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도 거림 낌 없이 바지를 내리고 쉬가 마려우면 싼다. 쉬는 화장실에서 싸는 거라고 아무리 알려줘도 잘 되지 않는다. 그냥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아이의 그런 기행에 나는 어느 순간 숨어버렸다.
난 좀처럼 아이와 외출하지 않는다. 식당을 가지도 않고, 백화점, 아웃렛 등 쇼핑센터는 전혀 가지 않는다. 아이는 방과후센터, 학교, 치료센터 말고는 잘 가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여행 가는 곳은 주로 산림욕장 아니면 겨울 바다 정도이다. 우리 가족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니까 이렇게 여행하는 게 훨씬 좋다고 서로가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르겠다.
사람이 많은 건 싫지만, 그래도 적당히 있는 건 좋다. 둘째를 위해서도 사람이 많은 곳도 가 보고 해야 하는데 우리 가족은 어느 순간 사람 많은 장소는 일단 피하고 본다.
이 순간 아이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후회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잘 모르겠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난 말할 수 있을까? 못 할거 같다.
난 지금 열심히 숨고 도망 다니는 거 같다. 이 순간을 피해. 아이와 세상에 맞서야 하는 이 순간을 자꾸 뒤로 미루고 있다. 이렇게 뒤로 자꾸 미뤄도 결국 끝은 같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순간 노력하면 삶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분명히 나의 DNA에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참지 못하는 이 순간도 분명히 있다. 그때는 조금 나를 용서하고 싶다. 그냥 어영부영 흘러가는 시간에 조금은 맡겨도 된다고.
아이가 커질수록 이 순간이 나에겐 조금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