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이름은 어려워 - 1
4월 16일. 본격적인 파견 업무가 시작됐다. 서울에서 일하는 기간은 1주일. 다음주면 곧바로 나는 방콕으로 출국을 해야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우리 팀이 포럼에 초청한/할 인물들을 조사하고, 이를 정리해 자료로 만드는 것이었다. 태국과 한국 양 국가에서 초대할/한 인물들의 이름을 건네받았다. 아직 확정은 아니며, 앞으로도 계속 추가/변동될 가능성이 높았다.
우선 태국 쪽 인물 리스트를 받았다.
Prayut Chan-o-cha
Somkid Jatusripitak
Umesh Pandey
Apisak Tantivorawong
Utama Savanay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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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프라윳 찬오차? 솜키드 자투스리피탁? 어떻게 이름을 읽어야하는 걸까?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 명씩 검색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A선배 이 첫줄에 있는 프라윳 찬오차라는 사람이 현재 태국 총리인가요?”
“응 맞아. 우리가 지금 태국 총리 예방하려고 추진 중이야.”
“정확한 우리말 표기는 어떻게 돼요?”
“교열부에 문의해봤는데, ‘쁘라윳 짠오차’라고 하더라.”
“두번째 있는 사람은요?”
“태국 경제부총리인데, ‘솜낏 짜뚜시삐딱’이라고 읽는대.”
그렇구나. 태국어는 된소리를 더 많이 쓰는 언어인가.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군인 출신으로 2014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 총리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쿠데타라고 하면 한국의 근현대사를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해당 정부의 과업은 차치하고, 대한민국에서 군부 쿠데타로 세워진 정부는 독재 또는 민중탄압의 역사가 짙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쿠데타만 20번도 넘게 일어났다. 2014년 쿠데타에 성공해 국무총리가 된 쁘라윳 짠오차 총리까지 성공한 쿠데타는 총 12번이라고 한다. 총리 교체는 28번 일어났으며, 헌법 개정도 18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쁘라윳 총리는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태국 군총사령관(Commander in Chief of the Royal Thai Army)을 재임했다. 쁘라윳 당시 총사령관은 왕정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라이벌로 여겨지기도 했다.
동시에 탁신 지지자인 레드셔츠가 2010년 3~5월 방콕을 점거한 채 격렬한 시위를 벌였을 때 강하게 탄압한 군부 인사였다. 2013년 말부터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사태가 반년 이상 계속되자 폭력사태 방지, 질서 유지 및 평화 회복, 국민 화해 등을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켰다.
흥미로웠다. 동시에 부끄러웠다. 관광지로서 방문했을 때 평화로웠던 태국은 정치적으로는 여러 가지 역경을 겪고 있었다. 태국이 입헌군주제를 도입하고 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았던 내가 얼마나 태국에 무관심했는지 반성하게 됐다. 나름 네이버 여행플러스에 파견가면서 여행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수박 겉핡기 수준이었다. 어쩌면 관광이 목적인 여행자들에게는 굳이 여행가는 나라의 정치 형태나 상황을 알 필요는 없을테지만, 그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더 풍부한 여행이 되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나는 출장으로 방콕을 가는 사람이다. 더욱 관심이 깊어졌다.
여러 자료 및 기사를 읽으며 쁘라윳 총리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중요한 인물이 바로 '탁신'이다. 최근 정치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탁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쁘라윳 총리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당시 총리였던 잉락 친나왓 총리는 탁신의 막내여동생이다.
탁신 친나왓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약 5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한 인물로, 태국에서 가장 큰 이동통신사(우리나라의 SK텔레콤 격)인 AIS(Advanced Info Services)을 세운 사람이다. 쉽게 생각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과 마찬가지다.
“A선배, AIS가 탁신 전 총리의 회사였어요?”라고 내가 A선배에게 묻자
“응. 2006년에 싱가포르 테마섹한테 팔기 전까지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탁신 전 총리와 AIS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