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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Jun 09. 2018

방콕한달살기 #06 방랑 이십팔세

방콕 맛집탐방 #01 블루 엘리펀트

그렇다.
나는 방콕에 도착한지 5일째 되는 날 만 이십팔세 생일을 맞이했다.(굳이 28을 한글로 쓰는 이유는...?)

생일은 항상 가장 특별한 날이 되기를 바라는 나의 바람(?)대로 내 생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전국민이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있다!)
내 생일에 내가 사는 이 땅에 평화가 깃드는 첫 걸음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축복스러운 일이 어딨겠나 싶다.

그리고 나는 방콕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에서 조촐하게 생일 기념 식사를 했다. 


그곳바로 '블루 엘리펀트'

출처 : 블루 엘리펀트 방콕 홈페이지

방콕을 대표하는 고급 태국음식 전문점인데, Royal Thai Cuisine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 레스토랑은 방콕을 대표하는 태국음식 전문점이지만, 그 시작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됐다.


블루 엘리펀트의 마스터셰프인 Nooror Somany 셰프가 브뤼셀에서 호텔경영학을 배우던 친오빠의 설득으로 따라갔다가 앤티크샵에서 일하던 현지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그곳에 정착하게 됐다.

두 사람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창의력 등을 살려 지인의 권유 및 도움으로 1980년도에 브뤼셀에서 가게 문을 열었고, 유럽을 대표하는 아시안 레스토랑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런던, 코펜하겐, 파리 등에 차례로 문을 열어 성공을 거둔 뒤 2002년에 방콕 사톤 지역에 쿠킹스쿨과 함께 문을 열게된 곳이 지금의 블루 엘리펀트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정홍원 전 국무총리(?) 등 정계 유명인사들도 다수 방문하고 글로벌 셀레브리티 등도 다녀간 명소가 됐다.


이런 명성 덕분에 지금도 방콕을 찾는 관광객들은 방콕 물가에 비하면 다소 비싼 가격이더라도 많이들 방문하고 있다.

태국에서 생일을 맞이하게 된 나 또한 이곳에서 특별한 날을 보내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이메일로 예약 메일을 보내면 금방 답신이 와서 쉽게 예약을 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을 권장한다.)

내 생일 날 갔을 때는 비가 억수로 쏟아져 이런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이건 일주일 쯤 뒤에 다시 가서 찍은 외관 사진이다.


방콕 BTS Surasak 역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에 차가 막히는 방콕 교통상황을 생각하면 BTS 타고 가기를 추천한다.


도착한 블루 엘리펀트 외관은 샛노랗다. 쿠킹스쿨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1,2층을 식당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내부는 오래된 목조 건물처럼 생겼으며, 내부는 셰프의 취향답게 앤티크한 가구들과 아이템들로 가득차있다. 1층에는 계산대와 함께 블루엘리펀트에서 제작하는 요리키트나 각종 관련 기념품 굿즈 등을 파는 공간도 있다.


입구에 들어가면 왼쪽 편에 있는 블루 엘리펀드 관련 굿즈 판매처 [PHOTO BY 예랑]


식사를 한 곳은 2층. 테이블간 거리는 가까운 편인데, 적당한 소음이 있는 편이라 괜찮았다. (너무 조용해도 부담스러움)


블루 엘리펀트 내부 2층의 모습 [PHOTO BY 예랑]


가격대는 재료에 따라 다른데, 최소 300바트 이상이다. 메뉴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것을이 인기 메뉴들인데, 뭘 먹을지 모르는 사람들은 추천대로 먹으면 좋다.
(※태국 1바트=33~35원이므로 300바트=1만원이라고 생각하면 계산하기 쉽다)


식사메뉴 전에 음료 메뉴를 주는데, 특별한 날에 걸맞게 블루엘리펀트 시그니처 메뉴라는 Blue Mai Thai(280바트)라는 파란색 칵테일을 주문했다.

블루 마이 타이 칵테일 [PHOTO BY 예랑]


식사로는 두 명이서
Tom Yam Koong(똠얌꿍/360바트)
Pat Pong Crab Curry(뿌빳뽕커리/1080바트)
Blue Elephant Phad Thai(팟타이/680바트)
를 주문했다.

곳은 대체로 태국 전국에서 신선하고 좋은 재료만 엄선해서 사용하고, 국수나 밥에 사용되는 쌀은 대부분이 유기농이었다. 서비스나 메뉴의 창의성 등 때문에도 비싼 것도 있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가격에 한 몫을 했다.


저녁시간이라 조명은 어두운 편이라 사진이 예쁘기 찍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늑한 분위기였다.


에피타이저로 새우와 살구? 같은게 들어간 작은 요리를 서비스로 주는데, 밑에 깔린 무순이 생각보다 쌉싸름했다.

블루 엘리펀트의 서비스 에피타이저 [PHOTO BY 예랑]


똠얌꿍과 뿌빳뽕 커리를 시켜서인지 기본밥을 서빙해줬는데, 자스민 라이스(점성이 부족한 날라다니는 쌀)와 자스민라이스 검은쌀 두 가지를 서빙해줬다. 나는 둘다 맛보기 위해 둘다 조금씩 달라고 부탁.


요리와 함께 서빙되는 두 종류의 자스민 라이스 [PHOTO BY 예랑]

똠얌꿍과 뿌빳뽕 커리가 나오는데, 어머나 세상에! 이곳 뿌빳뽕커리에는 게딱지나 껍질이 없었다! 정성스럽게 모든 껍질을 다 벗겨서 살만 발라가지고 소스에 비벼서 나오는 것이었다!! 대박!!! 3만5천원 가량이나 가격이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ㅠㅠ 감격감격.



왼쪽부터 팟타이, 뿌빳뽕커리, 똠얌꿍 [PHOTO BY 예랑]

뒤이어 팟타이도 나왔는데, 블루 엘리펀트라는 이름이 붙어서인지 정말 비주얼이 대박이었다. 거대한 자이언트 새우와 랍스터가 나오는데, 이건 정말 새우가 아니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왕새우들의 비주얼이 보기만해도 배가 부르다.



블루 엘리펀트의 똠얌꿍은 좀 덜 시큼한 것 같다. [PHOTO BY 예랑]

우선 똠얌꿍부터 먹었다. 이곳은 유럽에서 레스토랑이 시작해서 유럽인들의 입맛을 고려해서인지 특유의 향이 적게 느껴졌다. 다른 똠얌꿍들에 비해 마일드하고 덜 시큼한 편이라 같이 간 동료가 똠얌꿍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맛있다고 잘 먹었다.



껍데기를 벗긴 뿌빳뽕커리는 사랑...♡ [PHOTO BY 예랑]

뿌빳뽕 커리는 살이 정말 많고 맛있었다! 게껍질 벗기고 깨먹는게 귀찮은데다 잘못하면 껍질을 씹는 경우도 있어서 맛있으면서도 자주 못먹는게 뿌빳뽕 커리였는데, 여기거라면 매일 먹을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소스도 넘 맛있어서 밥에 자꾸 비벼먹게 된다-_ㅠ



새우가 실하던 팟타이.[PHOTO BY 예랑]

팟타이도 기대만큼 맛있었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잘 느껴졌다. 토실토실한 새우와 랍스터 살과 같이 먹는것도 즐거웠다. 길거리에서 파는 팟타이는 맛은 있지만 약간 불량식품 같은 맛이라면, 여기는 고급진 맛이 느껴졌다. (물론 진짜 맛있었던 팟타이는 다른곳이었기 때문에 차차 소개할 예정)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가 나오려는 순간, 갑자기 우쿨레레를 든 직원들이 작은 케익을 하나 들고 오는게 아닌가!

예약할 때 내 생일이라고 살짝 적어뒀더니, 직원 여러명이서 생일 축하를 해줬다 감동... 
안그래도 맛있는 식사에 감탄했는데, 이런 서프라이즈 서비스에 더 즐거웠다.



블루 엘리펀트에서 생일이라고 준비해준 깜짝 디저트. [PHOTO BY 예랑]


가격은 비쌀 수 있지만, 태국 요리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블루 엘리펀트다. 고급스러우면서 따뜻한 분위기, 깔끔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메뉴들 모두 만족스러웠다.

매끼 이렇게 먹을 수는 없겠지만, 방콕에서 특별한 시간을 내고 싶다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사실, 미식 경험에서 음식의 맛은 당연히 그 기본에 깔려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만큼 소중한 경험도 없다. 하지만 그 음식을 누구랑 먹었는지도 중요하다. 단순히 음식의 맛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식사를 했던 시간, 공간, 분위기, 서비스 등 복합적 경험의 총체가 미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길거리에서 싸구려 떡볶이를 사먹어도 맛있다. 그곳에는 추억이라는 양념이 곁들여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싸고 유명한 셰프가 만든 음식을 먹어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먹었다면 그 음식은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 좋은 음식을 즐기기에 이곳은 훌륭한 맛과 서비스, 분위기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가격이 비싸니까 가성비 나쁘다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비록 나는 이곳 방콕에서 방랑 이십팔세를 맞이하는 잊지못할 추억을 쌓았지만, 최고의 미식 경험을 했는가 묻는다면 곧바로 YES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수 최선의 선택지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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