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퇴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입사하는 것보다는 쉬웠지만.
퇴사를 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STEP이 몇 가지 있었다.
내가 밟은 퇴사 STEP과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STEP 1 사직서 제출하기
TV에서만 보던, 영화에서나 보던 진짜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모두들 사표는 가슴에 하나씩 품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사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를 항상 예뻐해 주시는 나름 '사표' 전문가라는 선배를 찾아갔다. 이 선배는 나의 퇴사를 도와준 장본인이다.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추천서를 써줬기 때문이다.
선배에게 합격 사실과 함께 사표를 어떻게 써야 하냐고 물어봤다. 그 선배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
일신상의 사유라는 말은 한 개인의 형편 때문이라는 의미다. 이 한마디가 나의 개인 사정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그 이상 이유를 구구절절 읊을 필요가 없단다.
회사에 사직서 양식 따위도 없어서 그냥 인터넷에돌아다니는 아무 양식이나 가져다 써도 된다고 했다. 정해진 양식 같은 게 없어서 편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체계 없는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인쇄한 사표를 봉투에 담아 나의 직속 상사인 부장에게 가져가야 할지, 회사의 행정업무를 보는 총괄부서에 가져가야 할지도 몰랐다. 이 선배는 "총괄부에 가져가면 된다"고 했다. 왜냐면 행정적 업무 처리에 사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건 회사마다 절차가 조금씩 다를 것 같다.
STEP 2 퇴사를 위한 IRP 계좌 개설
퇴사는 사표만 제출하면 뭐든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줄 알았다. 사실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우선 퇴직금을 받을 IRP 계좌가 필요하다고 한다.
IRP가 무엇이냐?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약자다. 개인형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통장으로, 어느 은행에서나 가입 가능하다. 보통은 본인 회사 월급이 들어오는 은행에서 개설한다.
사표 제출 직전에 나는 IRP 통장을 개설하러 갔다. 그랬더니 은행 직원이 "퇴직금 한꺼번에 받으실 거예요 아니면 퇴직연금으로 하실 거예요?"라고 물어본다. 오잉?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다시 물어봤다.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는다는 의미는, 퇴직금이 들어오면 IRP 통장을 해지하고 그 돈을 곧바로 한꺼번에 받는다는 거다.
퇴직연금으로 한다는 의미는, IRP 통장을 그대로 두고 퇴직금을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며 노후준비(만 55세 이후)를 위한 연금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요즘 금리도 워낙 낮은 데다, 모두가 피부로 느끼겠지만 전 세계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침체된 시국이다. 은행에 묻어봤자 이자가 얼마나 붙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