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대만 여행을 다녀오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익숙했던 풍경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만 시장에서 만나게 되었던 ‘어떤 것’에 의해 불현듯 생각이 나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중국 손님들은 비행을 하게 될 때, 본인들이 즐겨 먹는 스낵들을 가지고 탄다. 항공사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내가 일했던 에어마카오는 외부 음식물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어서 손님들이 자유롭게 드시도록 해드렸다.
보통 심심풀이로 드시는 씨앗류들... 특히 해바라기 씨는 자주 보게 되었고, 해바라기 씨만 큼 심심치 않게 보게 된 것이 바로 ‘닭발’이다. 한국 사람들도 닭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매콤한 양념에 참치마요 날치알 주먹밥, 그리고 소주의 조화는 그 어떤 요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많다.
하지만, 중국식 닭발은 조금 다르다.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스낵인데, 우리가 마치 마른오징어나 육포를 심심풀이로 사 먹듯이 중국에서는 닭발이 그런 존재이다. 문제는 그 닭발이 정말 너무 닭발스럽다는 것이다.
섬세하게도 닭발의 발톱마저 살아있고, 뼈가 안에 그대로 있다. 한국의 닭발은 이미 뼈가 제거되어 있어서 작은 아기 손처럼 오그라들어 있다면, 중국 닭발은 힘차게 교통정리하는 경찰의 손처럼 쭉 뻗어있다. 양념 또한 색깔 있는 양념은 아니어서, 그 색깔 그대로, 그 느낌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손님들은 이 닭발을 양손에 쥐고 ‘냠냠냠’ 입어 넣어 오물거리다가, 입안에서 뼈를 분리 한 뒤, 뼈를 ‘퉤퉤’ 하고 뱉어낸다. 뼈는 보통 ‘멀미 봉투’라고 불리는 air sickness 백에 넣으실 때도 있고, 종이컵이나 기내식 트레이, 휴지, 심지어 바닥 등 다양하다.
처음 비행을 시작하고 저 닭발의 존재를 인식했을 때 징그러움에 매우 놀랐다. 얼굴이 청순한 중국 사무장이 조신하게 점프싯에 앉아 하얀 닭발을 뜯다가 나한테 권한적도 있었다. (정말 먹지 못할 것을 권할 때 난감하다)
닭발 외에도 거위발 드시는 분들도 많고, 토끼머리, 씹으면 이가 검게 변하는 과일 등 등 듣도 보도 못했던 스낵들을 경험했다. 그리고 종종 손님들은 그런 음식들을 승무원에게 데워 달라고 요청하실 때도 있다. 힘든 일은 아니기에 바쁘지 않은 이상은 요청을 들어드렸다.
내가 대만 시장을 갔을 때, 시장에서 낯익은 국을 하나 발견했다.
중국식 국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멀건 국이 아니라 전분기가 있어 약간은 탕수육 소스같이 점성이 있는 국이다. 들어가 있는 재료들도 뭔가 요상... 하여 그렇게 구미가 당길만 한 음식은 아니었다. 손님분들 중, 가끔 이 국을 가져와서 기내식을 드실 때 데워달라는 분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다.
한 번은 비행을 하는데, 어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투명한 비닐봉지를 건네주며 뭐라 뭐라 하셨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 “할아버지, 이게 뭐예요? 데워 달라고요?” 보통 국은 테이크아웃 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가져들 오시는데, 투명 비닐봉지에 넣으셨길래 집에서 직접 가져오신 국인 줄 착각했던 것이다.
그 할아버지, 그게 원하는 게 아니셨는지 뭐라 뭐라 뭐라 하시다가 몸짓 발짓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 귓가에 들리는 한 단어..."투더”
그랬다.... 그것은 할아버지의 ‘오바이트’ 였던 것이다... 생김새가 마치 저 국 같기도 했었고... 비주얼 또한 비슷했으며 투명 비닐봉지에 고이 넣어 묶어 건네주시기에 당연히 국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는 외국인 승무원이 건네준 토를 데워준다 했으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답답해하셨을꼬.
하하하, 빵 터진 나는 알았다고 한 뒤, 대신 받아서 버려드렸다. 이 에피소드를 신랑에게 이야기했더니, 신랑도 재미가 났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이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웃는다. 그래 뭐... 아무리 아시안이라도 해도 문화 차이는 문화차이니까... 하하..
저희 신랑은 아직도 4년이 지난 지금 까지 이 이야기를 우려먹으며 저를 놀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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