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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속에 피어난 책임감

by 이윤지

아빠는 가난하고 고된 농경시대에서 자라셨다. 어린 시절의 부족함은 아빠의 마음속에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고 싶다.’라는 강한 의지를 심어주었다. 그래서일까. 군 제대 후 아빠는 곧장 공장에 취업했고, 자수성가를 위해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홀로 내려오셨다.


그 선택은 많은 것을 요구했다. 특별한 날에도 고향 방문은 점점 줄었다. 동창회는 더 이상 아빠의 일정에 없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점차 멀어졌다. 그렇게 아빠는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으며, 묵묵히 삶을 일구어 나갔다.


결국 아빠는 자수성가를 이루셨다. 가족을 부양하고, 경제적인 안정도 이루셨다. 하지만 가끔 고향 이야기를 하실 때면, 그 말끝에는 잊히지 않는 외로움이 묻어나는 듯하다. 친구로서 바라본 아빠의 삶에는 분명한 외로움이 있다. 성공이라는 무게 뒤에 숨겨진 고독, 그것이 아빠가 감내해 온 삶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아빠의 청춘은 외로웠지만, 그 외로움이 만든 삶은 단단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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