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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유산

by 이윤지

아빠는 늘 일찍 출근하고, 늦게 집에 들어오셨다.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성실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분이었다. 팀장이 된 이후에도 남들이 꺼리는 일,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을 스스로 맡으셨다. 명절에도 가족보다 회사를 먼저 챙기셨다.


왜 아빠는 우리와 함께하지 못할까, 왜 그렇게까지 일에 매달리실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도 어느덧 간호사가 되어 일터에 섰을 때, 아빠의 삶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내 일은 단순한 업무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책임감 없이는 버텨낼 수 없는 직업이었다. 피곤하고 지칠 때에도,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은 마치 유전자처럼 내 안에 새겨져 있었다.


아빠는 내게 ‘책임감’이라는 유산을 남겨주셨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삶으로 보여주며 가르쳐주신 그 무언의 교육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아빠의 삶, 그의 선택, 그의 땀이 지금은 참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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