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이와 떠난 성장 여행, 그 하루하루의 기록

어떤 육아 두 밤 여행, 윤정은 작가

by 이윤지

<어떤 육아 두 밤 여행>은 한 때 LG전자에서 휴대폰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퇴사를 선택한 여성 저자의 이야기다. 발달장애가 있는 둘째 아이와의 홈스쿨링을 위해서였다. 아이는 자폐, 지적, 언어, 틱, ADHD 등 중복 장애 아동이다. 저자는 아이가 스스로 집 안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하고, 간단한 장을 봐서 본인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짧은 시간이라도 일을 가지며, 적당한 취미를 누릴 수 있는 ‘자립’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학교나 치료센터 어디에서도 이런 삶의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 교육을 엄마가 직접 제공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그 선택의 기록이다.



저자는 다른 가정들과 함께 공동육아 모임을 꾸리기도 하고, 2주에 한 번 아이와 단둘이 2박 3일 캠핑을 떠나기도 했다. 어떤 질병에서든 ‘자연이 좋다’는 말을 흔히 듣지만, 저자의 경험은 그것을 삶으로 증명해 보인다. 자폐 아동은 반복 행동, 큰 소리내기, 예기치 못한 자극에 대한 과민 반응 등으로 불편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부모는 늘 그 상황을 줄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꾸준한 캠핑을 통해 아이는 감정 조절을 배우고, 규칙과 인내를 익히며,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힘을 키워 갔다.



이 과정에서 저자 자신의 변화도 드러난다. 과거에는 아이를 가르쳐서 바꿔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이를 넉넉하게 받아들이자 아이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고백한다. ‘훈련’이 아니라 ‘관계’가 아이를 자라게 했다는 깨달음이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여정을 읽으며, 나는 긴장과 안도 사이를 오갔다. 울다가 미소 짓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혼자 외출해 서점과 마트를 찾아가고, 사고 싶은 것을 고르고, 직접 계산까지 해내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기특하다. 불가능하다고 섣불리 단정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을 맞이하기까지 온 가족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을 떠올리며, 마음 깊이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이 개인의 기록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정들이 숨어 지내지 않고 공공장소에 편하게 외출하며, 이렇게 책으로 기록되는 일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익숙해진다면, 길거리에서 자폐 아동을 만났을 때 불편한 시선이 아니라 내 아이를 바라보듯 기특한 눈빛을 건넬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장애를 이긴다는 의미는 이 병을 씻은 듯이 걷어 내고 비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에 지배당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본인의 장애를 다스리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통쾌한 승리가 또 있을까! 203p



얼마간 좋다가, 얼마간 좀 힘들다가, 얼마간 새로운 무언가에 심취하다가 또 얼마간 무료하다가. 앞으로 평생이 이것들의 반복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러니 크게 슬퍼할 일도 크게 고민할 일도 없는 것이다. 그저 기쁜 날, 슬픈 날, 아무렇지 않은 날을 그 감정에 젖어 충실하게 보내면 그만이다. 225p



이 책은 2022년에 출간됐다. 첫째 주원이가 2022년 여름, 희귀질환 당원병을 진단받고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 2023년쯤부터는 진단명이나 환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각종 투병·간병 에세이를 쌓아놓고 읽었다. 그 시절에 이 책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 책을 만나 다행이다. 진단명은 다르지만 조금 특별한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이 아이의 리듬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조정해야 하는지, 그 상황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어서 큰 위로가 되었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의 진단에 맞춰, 아이들의 속도에 발맞추며 성장해 가야겠다는 용기와 희망이 생겼다.



또한 책 곳곳에 인용된 성경 구절은 몇 년간 멀어져 있던 신앙생활에 다시 회복할 수 있게끔 불을 지펴주었다. 새해에는 기도와 성경 읽기에 더욱 힘쓰기로 다짐해본다.



“제자들이 물어 이르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요한복음 9장 2-3절)



우리 가정을 통해 행하실 하나님의 일을 기대해본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