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조직 만들기 #6
안녕하세요?
인사 쟁이 조윤서입니다.
처서가 지나자마자 지난주 주말부터는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합니다.
이번 여름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여름이었다고 매스컴에서 떠들었으나 저희 집에는 불행히도 에어컨이 없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이면 오후 2시를 정점으로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땀이 많은 저로서는 '습식 사우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아내가 장황한 썰을 풀며 구입하였던 가전제품의 애플이라 불리는 발뮤다 선풍기(그린팬) 하나로 이번 여름을 잘 견뎌냈습니다.
제가 아껴 마지않았던 이번 여름의 좋은 친구였던 선풍기를 내년 여름에 만나기를 기약하며 베란다 창고 한편에 넣어두기 위해 선풍기를 분리, 청소하다가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선풍기가 조직 시스템이면, 선풍기 바람은 조직문화와 같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선풍기'를 가지고 조직문화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서는 조직문화와 관련하여 별도로 부서를 조직하여 그룹 차원에서 좋은 회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과연 부서를 만들어 노력한다고 해서 기존 조직의 나쁜 폐단과 악습을 없애고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조직이 아예 없는 곳보다는 당연히 좋을 수 있습니다.
2주 전 A 대기업 그룹 인사교육팀에서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 왈 '상무님의 지시로 현재 회사의 군대 문화를 없애기 위한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더불어 '우리가 워크숍을 한다고 해서 조직 문화가 쉽게 바뀌겠습니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버릴 것이 분명하고,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TFT를 구성하여 전 사업부가 공감하고 참여하지 않는 이상 달라지지 않을 듯한데 현재로써는 TFT를 구성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며 어깨가 축 처져 이야기를 했습니다.
위 대화에 숨어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러합니다.
조직문화와 인사 시스템을 별도로 인식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을 단발성 이벤트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두 가지 현상을 비추어 볼 때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인사 시스템은 조직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직문화 개선은 근본적인 부분부터 지속적으로 변화하여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 그럼 조직문화 개선과 관련하여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볼까요?
조직 문화란?
조직마다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양식으로 조직의 구성원들 대다수가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가지고 있는 신념, 가치관 등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결속시켜 주는 정신적인 가치를 의미
조직 문화는 조직 구성원이 환경을 해석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렌즈’의 역할을 하며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점(viewof the world)’을 제공합니다. 또한 조직 구성원의 행동을 유도하여 구성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 의사결정의 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공 여부에도 영향을 줍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_심리학 용어사전, 2014. 04)
이해를 돕기 위해 '선풍기'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선풍기를 '조직(인사) 시스템'이라고 본다면 선풍기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은 '조직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조직 시스템이 인사 시스템보다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이나 아래부터는 편의상 '인사 시스템'으로 표기하겠습니다.)
즉,
인사 시스템은 선풍기 본체와 같이 확립된 조직도, 인사/전결 규정, 보고 및 평가체계, 의사결정체계 등 조직 내 기 규정된 제도나 관행과 같은 것이며,
조직 문화는 이미 규정된 인사 시스템 속에서 선풍기 바람과 같이 보이지 않는 '조직 내에서의 의사소통과 행동하는 조직 구성원들의 양태(樣態)’라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문제 하나를 내겠습니다.
한 대의 선풍기 앞에 여러 사람이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모두가 시원함을 느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1. 선풍기 앞에서 부채질을 하여 선풍기 바람의 방향을 바꾸어 다른 사람에게 바람이 가도록 한다.
2. 선풍기 회전 기능을 선택한다.
3. 다음 해에는 에어컨을 구입하여 에어컨 앞에 선풍기를 두어 시원함을 배가 시킨다.
알맞은 답은 2, 3번이 될 것입니다.
2번은 단기적 안목의 해결책이고 3번은 좀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의 3가지 선택지를 조직과 연관 지어 보면,
1. 선풍기 앞에서 부채질을 하여 선풍기 바람의 방향을 바꾸어 다른 사람에게 바람이 가도록 한다.
--> 문제가 있는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나 변경 없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단순한 이벤트 기획
(예: 워크숍, 캐치 프라이즈 선정, 복장 규정 완화, 자율적 출퇴근 시간 등)
2. 선풍기 회전 기능을 선택한다.
--> 단기적으로 조직문화 개선과 관련하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 도입
(예: 다양한 복지제도 도입, 직접적 상벌제도 도입 및 개선 등)
3. 다음 해에는 에어컨을 구입하여 에어컨 앞에 선풍기를 두어 시원함을 배가 시킨다.
--> 성과지향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개선
(예: Top-Bottom적 권한과 책임 이양 및 분배, 인사평가(승진) 제도 개선 등)
과연 1번 선택지처럼 선풍기 앞에서 부채질을 하는 것만으로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요?
끊임없는 부채질에 아주 작은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아래와 같이 근본적으로 다른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인식 정도는 위 그림과 같이 '선풍기 앞에서 열심히 부채질'하는 수준이라고 보입니다.
TFT 구성, 인사 시스템 개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내 문화 개선 활동과 같이 근본적이 대안이 아닌 앞에서 언급하였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워크숍'과 같은 1회성 이벤트만 기획한다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조직문화가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대기업 중 한 곳인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지난 6월 직급체계 단순화, 수평적 호칭을 골자로 하는 '탈권위주의를 위한 신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였는데 이 개편안 역시도 왠지 '선풍기 앞에서 부채질'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사를 살펴보면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님'을 사용하거나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른 수평적 호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관리의 삼성이 아닌 스타트업 삼성'을 표방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개선안을 발표하였습니다..(조선비즈 2016.06.27 일자 기사)
직급체계 단순화
OOO님 호칭 부르기
회의와 보고 문화 개선
불필요한 잔업과 특근 근절
계획형 휴가 정착
하지만 이러한 개선안들이 표면적인 구호로만 와 닿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저는 삼성전자가 문제점이라고 인식하였던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면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는 결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아래와 같은 개선안을 발표하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글이나 넷플렉스의 조직문화에 대한 기사와 같이 말입니다.(T Tiems 2016.08.19 일자 기사)
인사평가제도 개선_팀원이 팀장을 평가하는 삼성
직장 내 상사의 폭언(폭행)에 대한 평가 및 실직적 고충처리제도 도입
능력 있는 사원이라면 부장급 연봉도 가능
삼성전자의 크게 5가지 개선안들을 살펴보면,
직급체계 단순화, OOO님 호칭 부르기와 같은 제도는 시행하기 용이하나 나머지 3가지 제도는 복잡한 내부 조직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직급 단계별 순차 보고' 보다는 '동시 보고'가 가능한 문화를 만들겠다고 하였으나 오랜 시간 동안 고착화되어 온 관료주의형 체제 내에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관료주의형 조직 상 '동시 보고'라는 것은 아래 두 가지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았거나 혹은 직속 상급자가 모르는 보고 내용이 차상위 상급자에게 직접 보고
동일 보고 주제로 팀 내 보고 내용 상이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성 때문에 '동시 보고'는 상위 직책자들이 보고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직속 상사에 대한 충성도가 없는 행동으로 간주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직속 상사의 경우 '인사평가권(고과권)'이라는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상위 직책자와 다른 의견을 보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동시 보고'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저는 삼성전자가 아래와 같이 근본적으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동시 보고'한 업무에 대해서는 보고 주체가 전적으로 권한(재량권)과 책임을 가질 것
이는 팀원의 경우라도 해당 업무에 대한 주체가 되어 업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동시 보고' 시 내용이 상위 직책자와 다른 경우라도 책임은 팀원 스스로가 지는 것에 문제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업무에 대한 직무분석을 통하여 업무 정의를 내려야 하며, 정의된 업무에 대한 정확한 보고체계 정립과 권한 및 책임의 범위를 사전적으로 수립해야 합니다.
[2] 상위 직책자(팀장, 부서장)의 인사평가권을 배분할 것
상위 직책자들이 부하 직원의 인사평가권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이상, '동시 보고'하는 조직문화는 '앙꼬 없는 찐빵'일뿐입니다. 인사평가권을 상위 직책자뿐만 아니라 하위 부하직원, 협력 부서 상위 직책자 등으로 배분하여 실질적으로 보고 주체의 의사를 상위 직책자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도록 해야 가능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잔업/특근 근절', '계획형 휴가 정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전 직원의 업무량을 '직무 분석'을 통하여 문서화 및 매뉴얼화하여 직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게 되는 이유와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후 업무배분과 필요시 추가 채용 등을 통하여 균형적인 업무량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위 두 가지가 이행되기 위해서는 '직무 분석'과 '채용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안 마련 필요)
이러한 심도 있는 고찰 없이 겉만 번지르한 일회성 이벤트와 같은 제도는 절대 이행될 수 없는 희망사항이 될 뿐입니다.
이번 편에서 말씀드린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실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선풍기 바람을 여러 사람이 시원하게 맞기 위해서는,
선풍기의 회전 기능을 선택하거나
선풍기를 에어컨으로 교체하면 되는 것이지
선풍기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풍향을 변경하기 위해 힘들여 부채질을 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HR 업무를 하고 계신 여러분들도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문화를 표면적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근본적인 개선안(인사 시스템 개선과 같은)을 마련하여 모든 임직원이 스스로 더운 여름날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Appendix
이번 삼성전자에서 발표한 개선안 5가지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키우고 지속 성장을 하고자 하는 깊은 고민에서 나온 대안 중 한 가지로 보입니다. 이번 편의 근본 명제라 할 수 있는 '회사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조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라는 관점에 대해 삼성전자도 동일한 관점에서 접근하였다는 부분은 환영한 만한 점이라 생각됩니다.
조직진단 및 HRM Consultant 조윤서
joyunseo@naver.com
상단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