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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서 Aug 16. 2016

#3 CEO의 속마음

성과 조직 만들기 #3

안녕하세요? 

인사 쟁이 조윤서입니다.


절기상으로는 입추가 지났다는데 바람은 커녕 앞으로 2주 동안은 찜통더위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휴~~~

오늘도 역시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무척이나 덥네요 ^^;;


이번 편에서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CEO. 

이분들의 속마음을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3 CEO의 속마음


저는 인사 경력 10년 동안 인사기획과 노무관리를 메인 업무로 담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회사일이라는 게 어디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나요.. 


'정'이 있으면 '부'가 있는 법. 


메인 업무 이외에도 C&B(Compensation & Benefit), 채용,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_인재개발/리더십 교육과 사내 인재양성 중점) 파트 역시 담당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인사기획 및 노무가 메인이다 보니 대표이사 및 임원분들과의 미팅에 최소 월 5~6회는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되어 타 부서 실무진들 보다는 경영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 외에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성향의 대표이사분들을 만나 그분들의 생각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유사한 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이겁니다.

'급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들 주변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통 1,000명 이상의 사업장 규모 기업의 경우 임원의 수가 대략 인사/총무, 재무, 경영기획, 구매, 영업, 마케팅, 생산기획, 법무, 연구소 등 본부 별 임원만 대략 손꼽아 보아도 최소 10명 이상이나 됩니다. 또한, 임원 아래 팀장급의 경우 임원 수의 1.5~2 배수 정도의 인원이 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저~~~ 아래 실무진급들을 포함하면 40~50명에 가까운 인원에게서 보고를 받고 결재를 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하루 평균 참석해야 하는 회의 건이 3~5건, 출장이 30일 중 최소 1주일 이상 잡혀 있습니다. 혹여 월말 마감에 맞춰 대표이사님의 출장이 잡히는 경우 결재를 받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대표이사실의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날락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연예인처럼 쪽잠을 자면서 일할 정도로 바쁜 대표이사들은 보고가 장황하게 늘어지는 것을 상당히 불편해합니다. 


저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만약 대표이사 보고가 있을 경우 아주 명확하고 간단하게 정리해야 그나마 제가 작성한 보고서를 끝까지 들어주셨던 듯합니다.  


그래서 제가 대표이사님께 직접 보고 시 문서 작성하는 순서는 주로 아래와 같습니다.

결론(대안)

해야 하는 이유(타당성)

예상 리스크

예상 성과

최대한 간단하게 수치화하고 가독성을 높여 논리적으로 보고함에도 불구하고 보고 완료 후 피드백은 상당히 짧습니다. '해', '하지 마', '재확인해봐', 잠시 보류해' 이렇게 말입니다. 



 

저의 경험을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대표이사 혹은 임원진 (이하 "경영진"이라고 하겠습니다.)의 입장을 실무진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이해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알려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1] 경영진의 시야각은 실무진보다 상당히 좁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경영진의 경우 실무진보다 더 많은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그 회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해야 하고, 기타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만도 업무시간이 빠듯합니다. 


이로 인해 실무진보다 어떤 태스크에 대해 심도 있게 관찰하고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경영진중 대부분은 '멀티 태스킹'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합니다.


MIT의 신경 과학자 얼 밀러(Earl Miller)는 이렇게 언급하였습니다.

"사람의 뇌는 멀티 태스킹과 거리가 멀며, 그것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제로 작업에서 작업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하는 것뿐이라고." 


멀티태스킹은 경영진들에게 몇 가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업무 진행 시 멀티태스킹을 하는 경우 어렵고 복잡한 단위의 업무가 아닌 간단한 업무를 완료하더라도 보상으로 뇌에서 도파민이 분출되며 성취도가 높아지고 이 때문에 차츰 간단한 업무를 지향하도록 뇌를 통해 강요받게 됩니다. 


또한, 멀티태스킹을 하는 동안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뇌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정신적 번아웃(Burn-out) 현상을 빠르게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결과로 경영진의 뇌는 성취도가 빠른 업무와 스트레스를 적게 주는 업무에 집중하게 되면서 리스크 요소가 많은 방향성보다는 장밋빛 미래에 더 쉽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로 인해 현재의 경영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브리검영대학 경영학과 캐티 릴젠퀴스트 교수는 경영진을 포함한 직장인 230명에게 경영 목표 달성과 관련한 방해 요소와 도움 요소를 여러 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내용을 다시 떠올려 보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신기하게도 높은 위치에 있는 경영진일수록 목표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잘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실무진들은 긍정적인 도움 요소를 방해 요소보다 더 많이 기억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성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두 가지만 보아도 사업의 리스크 요인이 리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조선비즈 2013.05.09일 자 기사 참고_ [IGM과 함께하는 리더의 딜레마 해결] CEO는 잘 모른다, 자신이 뭘 모르는지를… 권상술 IGM 교수 김수진 연구원 )


이러한 요소들에 의해 경영진에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빠르게 완료할 수 있는 업무에 집착하는 경향

리스크적 요소 보고보다 긍정적 요인을 담고 있는 보고 선호

간단 명료한 보고 선호

타인에 비해 Burn-out 현상에 따른 빈번한 무기력감과 그에 따른 신경질적 성향 증가


[2] 경영진이기 때문에 공감 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코넬대 존슨 경영대학원에서는 향후 비즈니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꼽았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굿 보스, 배드 보스'의 저자인 로버트 서튼(Robert I. Sutton) 교수도 "높은 지위에 앉아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를 배려하는 능력이 부족해진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심리학자 저벤 A 반 클리프(Gerben A van kleef)의 실험에 따르면,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공감(共感)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고 이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명씩 짝을 지어, 상대방에게 자신이 겪었던 가장 괴롭고 힘들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고 동시에 심전도 검사를 통해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이 높은 권력과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상대의 고통과 괴로움에 덜 공감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경영진은 부하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사결벙보다는,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3] 경영진의 권한이 부하직원에게 가학적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71년 진행되었던 한 심리학 실험인 '스탠퍼드 감옥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 SPE)'은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인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가 70명의 지원자 중 총 24명의 대학생이 선발되어 죄수와 교도관 역을 각각 나누어 맡았으며 이들은 모두 미국, 캐나다의 중산층 출신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남자 대학생들로 구성되었습니다. 


필립 교수는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 건물 지하에 임시 감옥을 설치하고,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은 무작위로 선정 후 교도관을 맡은 참가자들은 실험 하루 전 날 그들이 수감자에게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내용을 알리기 위해 모임을 가졌으며 또한 교도관들은 수감자의 이름 대신 실제와 같이 수감자 옷에 붙은 고유번호(수감자 번호)만을 부르게 하였습니다. 


2003년에 나온 The Stanford Prison Study 비디오에 의하면, 필립 교수는 교도관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수감자들에게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신은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그 행동은 즉 수감자들의 운명은 전적으로 우리와 시스템에 의해 조종되고 당신, 나, 그리고 수감자들은 어떠한 사생활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없앱니다. 대개, 이러한 모든 것을 야기시키는 것은 무력함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모든 통제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어떠한 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즉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교도관들이 수감자들에 대해 모든 통제권과 감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실험은 눈 깜짝할 사이에 통제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실험 첫째 날은 별 일 없이 지나갔으나 둘째 날에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교도관들은 원래보다 더 진지하게 자신들의 역할에 몰두하였으며, 교도관들은 상관인 연구 직원들의 허가 없이 소화기로 수감자들을 공격해서 반란을 진압하였습니다.


실험을 시작한 지 겨우 36시간이 지난 후, 고유번호 8612번 수감자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리 지르고 저주하고 격노하는 등 '미친 짓'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실험 연구원들은 그를 풀어줘야만 하였습니다. 실험을 그만둔 고유번호 8612번 수감자가 친구들을 데려와서 남은 수감자들을 내보낸다는 소문이 교도관들에게 돌았습니다. 교도관들은 감옥을 철거하고 수감자들을 안전한 다른 장소로 옮기기까지 하였습니다.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이 그들이 배운 방법대로 고유번호를 반복해서 부르라고 강요하였고, 번호를 틀린 자에게는 평소보다 더욱 오랜 시간 기합을 주는 등의 신체적 고통을 주기도 했습니다. 


급격히 위생상태가 악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이 생리적 현상을 못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이 그들의 변기통을 비울 수 없는 벌을 주기도 하였고, 교도관들은 매트리스를 빼앗아 콘크리트 위에서 재우는 등의 벌을 주기도 하였으며 몇몇 수감자들은 벌거벗은 채로 다니도록 강요받고 남색(男色)을 흉내 내는 등의 성적 모욕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 실험이 진행되면서 몇몇 교도관들 또한 폭력적으로 변했습니다. 실험자들은 교도관 중 1/3은 정말 잔학한(sadistic) 성향을 보여주었으며 실험이 일정보다 일찍 끝났을 때 대부분의 교도관은 진정으로 화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필립 교수마저도 실험 중 자신 역시 교도관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하였으니 정말 놀라운 실험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실험은 2주 동안 진행되기로 최초 계획되었으나 6일 만에 강제 종료되었으며, 위에 이야기된 모든 사건들이 1주일도 못 미치는 시간 동안 일어난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실험을 언급한 것은 사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조직 내부도 스탠퍼드 대학의 가짜 감옥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폐쇄적이라는 것입니다. 

경영진은 직속 부하의 인사평가에 관한 권한 전반을 행사할 수 있는 것

부하 직원에 대한 업무 배치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

부서에 대한 예산의 관리,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러한 점들을 비교해보면, 경영진과 스탠퍼드 대학의 가짜 교도관 역할과 많이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토대로 경영진은 우리 생각보다 조직 내 권력자로 군림하려는 심리를 자신도 모르지만 더 강하게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부하직원에게 잘 대해주고, 자신의 의견과 상이한 의견을 내는 부하직원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히 가학적으로 대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에서 제기하였던 세 가지 문제점을 다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경영진의 시야각은 실무진보다 상당히 좁다. 

[2] 경영진이기 때문에 공감 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 경영진의 권한이 부하직원에게 가학적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조직이 성과와 도전을 지향하는 것보다는 조직 정치와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조직문화 캠페인이나 리더십 교육만으로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는 어렵고, 아래와 같은 시스템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권의 분배'

'사람중심의 조직에서 직무 중심의 조직으로의 전환'

'피라미드형 조직에서 수평형 조직으로의 전환'입니다. 


이 세 가지 주제 모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앞으로 하나씩 주제를 삼아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 편 작성하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짧은 글에 담으려고 하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네요.

하지만, 우리 HR 담당자들과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위해 한 편마다 정성을 다해 글을 쓰겠습니다.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구독! 을 부탁드립니다.  


조직진단 및 HRM Consultant 조윤서 

joyunseo@naver.com  

    

                            상단 이미지 출처: CIO Korea(www.ciokorea.com/news/26887)/Credit: Think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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