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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교사 윤수정 Jun 06. 2024

산에 오르다

검단산 첫 등산기

집 근거리에 검단산이 있다. 20년도에 지금 사는 동네에 이사 오고 늘 '한 번 가봐야지.' 했던 것이 아직도 한 번을 오른 적이 없다. 



이번 연휴 동안 기억에 남을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 검단산 등산을 하기로 했다. 집 근처 야트막한 산을 제법 오르락내리락했기에 잘 오를 것만 같았다.



집에서 나온 시간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슬슬 계획을 변경하고 싶어졌다. '꼭 검단산까지 가야 할까? 그냥 집 근처 뒷산 갈까?' 약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원 계획대로 검단산을 향했다. 5호선 마지막 정차역인 하남 검단산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갔다. 등산객이 북적거리는 것이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중간에 인증샹!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지나니 등산로 입구가 보였다. 무조건 등산복 입고 배낭 메고 가시는 분들을 잘 따라가면 된다. 현충탑을 지나 한참을 오르니 곱돌 약수터가 나왔다. 검단산은 바위와 자갈이 참 많았다. 산을 많이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초입이 굉장히 가파르고 돌들이 어찌나 많은지 나름 험난했다.




약수터를 지나고부터는 매우 가파른 계단과 바위길이 계속 이어졌다. 숨이 가빠 오고 중간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슬슬 올라왔다. 꾹 참고 직진. 꾸역꾸역 오르다 보니 검단산 정상, 0.5km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런데 웬걸 남은 500미터가 어찌나 가파는 계단길이던지 마지막 온 힘을 다해 올랐다.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휴~~



와, 정상이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등산객이 꽤 많았다. 젊은 청년들도 보이고 진돗개 한 마리도 보였다. 녀석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연신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정상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확 트인 전경을 구경하고 나도 사람들 한편,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지고 올라온 오이와 토마토가 큰 요기가 되었다. 오늘 새벽 남편이 텃밭에서 수확해 온 오이다. 신선해서 그런지 단맛도 더 많이 나고 고소한 맛도 나는 것 같았다. 



잠깐 책도 꺼내서 몇 페이지를 읽었다. 그새 땀도 식고 내 몸의 열기도 가라앉았다. 가지고 온 책이다.

오늘 새벽 갓 수확한 오이



다행히 내려가는 몸이 무겁지는 않았다. 내리막길은 훨씬 수월했다. 어느 산이나 오르기는 힘들지만 일단 정상을 찍고 내려가는 길을 수월하다. 급할 일이 없기에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내려왔다. 생각보다 힘든 산행이었다. 


매일 새벽마다 달리기도 하고 만보 걷기도 실천하고 있지만 등산은 꽤 오랜만이다. 몸이 놀래지는 않았을까 싶다. 

하산 스타트 인증샷


내려올 때도 힘을 내서 방긋




그래도 이번 연휴 나만의 아티스트 데이트를 잘 다녀온 것 같아 기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이제 제대로 등산로를 익혔으니 틈나는 대로 검단산에 올라야겠다. 다음에는 다른 루트로 정상을 탈환해야겠다. 



점점 무거워지는 다리를 끌고 집 근처에 도착하니 배가 어찌나 고프던지. 그냥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혼자서 칼국숫집에 갔다. 호로록호로록 잘도 들어간다. 배불리 먹고 집으로 향했다. 


'이 얼마 만의 혼자만의 시간인고.'



집 근처 늘 가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 가길 잘한 것 같다. 늘 해오던 것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니 삶이 더 즐겁다. 작은 모험을 마치고 온 것 같기도 하다. 알 수 없는 자신감도 솟아나는 듯하다.



최진석 교수님도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살던 곳을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떠날 수 있어야 해요. 
떠나지 않고 건너지 않고는 
어떠한 완성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으로 완성되고 싶다면 
일단 떠나야 합니다. 
p.44

다음 주는 어디 새로운 곳으로 떠날까?


고민 중이다.^^



#검단산, #초보 등산러, #최진석,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건너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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