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에 특별한 손님이 교실에 왔습니다. 바로 고려대 미디어학부 다큐멘터리 청년 제작팀 학생들입니다. 얼마 전 블로그 비밀댓글과 이메일로 자신들의 영상에 출연 의사가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영상의 내용인즉, 요즘 추락해 가는 교권에 대한 25년 차 현장 교사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교사이면서도 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이기에 학부모로서의 심정도 궁금하다 했습니다.
처음 댓글과 이메일을 열어보았을 때, 다소 망설여졌습니다. 주제가 교권에 관련되어 있고 교사로서 학부모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의견을 답한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매우 조심스럽고 오늘날 첨예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야기여서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주제가 다소 민감한 사안이라 망설였지만 오늘날의 어려운 교육 현실을 조금이라도 조명하고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가 아닌 협력적 관계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월요일 두 명의 청년이 다소 무거워 보이는 촬영 장비를 들고 교실에 나타났습니다. 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묻고 박카스 두 병을 내밀었습니다. 뭐라도 돕고 싶었습니다. 밝은 표정의 두 학생을 마주하니 대학 시절 제 모습도 떠오르고 알 수 없는 풋풋함과 젊음, 진지한 그들의 말과 행동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촬영이 시작되었고 저는 상당수 질문에 응답했습니다. 현장 교사로 교실이라는 최전선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제 마음,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교권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었습니다. 아울러 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의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답했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교권에 대해, 교사에 대해, 교육에 대해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좋은 영상물이 제작되어 최근 이 어려운 교육 현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전했습니다. 그들이 가고도 한참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긴 여운을 남긴 이번 영상 촬영을 계기로 제 안의 교권에 대한 생각들이 나름 정리되는 것 같아 보람되고 의미 있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교권은 학생 인권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보적인 관계입니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실 붕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인 것입니다.
오늘날 발생하는 교권 추락의 문제는 이제는 일개 한 교사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안간힘을 쓰며 교육의 최전방에서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역부족입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설 때입니다. 국가적 시스템으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으로, 교육의 대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교육이라는 가치,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학교와 교사는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늘날 경제 논리에 휩쓸려 단순히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만 같습니다. 교육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다가설 수 없는 고차원적이고 섬세한 행위입니다. 단순 경제 논리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학교와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 내게끔 합니다. 자꾸만 요구합니다. 학부모와 외부 시선은 수요자의 입장에서 학교는 무한 공급을 해야 하는 존재로 전략해 버린 것만 같습니다. 그로 인해 학교도 교사도 고갈되어 갑니다. 지쳐 갑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양대 진영으로 서로 맞서는 존재가 아닙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적대적 관계가 아닌 공간이 다를 뿐 학교의 선생님, 가정의 선생님을 자처하고 있으니까요.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두 손을 맞잡았을 때 학생도 웃을 수 있습니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 아이들이 마음껏 오가며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요?
잠시 멈춤이 필요합니다. 다시금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주체성을 갖되 조금은 더 겸손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겸손하다는 것은 내가 틀린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고치려는 마음입니다. 나만 옳다고 큰소리 내지 않는 것입니다.
교육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함부로 내던져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참담함뿐입니다. 소중한 아이들을 잘 길러내고 바르게 교육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학교가 존경받는 곳이 되고 교육의 가치가 되살아나고 교사가 존중받는 사회로 다시금 발돋움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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