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쓸까? 고민하다 발행하지 못하고 서랍 속 깊숙이 넣어둔 글 하나를 발견했다. 짧은 글이지만 그날의 내 마음, 내 기분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서 나름 킥킥 거리며 읽었다. 그리고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오늘을 마주하고 있다. 봄방학이다. 초등학생 보다 방학을 좋아하는 선생이라 이 황금 같은 시간을 누리기 바쁘다. 뭐, 내가 누린다는 것은 단 1주일의 프리랜서의 삶이다. (다음 주부터는 신학년 집중기간으로 출근 시작이기에) 정확한 출퇴근 시간에서 벗어나, 아니 그 압박감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고, 하루 종일 책을 읽거나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소소한 기쁨이다. 가끔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런데 방학이면 마주하는 풀리지 않는 숙제, 내 집 아이들이다. 넘쳐나는 시간을 잘 관리해 줄 슈퍼맘도 아니고 적당한 무관심한 '나'이다. 아이들 역시 널브러져 민낯이 드러나는 이 시간은 나에게 때론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아이들의 민낯은 나의 민낯이기도 하다. '소위 선생이라는 사람이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기에...'라는 자괴감도 든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이기를 부모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제 몸 색깔을 변화하는 카멜레온처럼 아이들의 상황과 상태에 따라 반응하며 타이르고 이끈다. 이번 봄방학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세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자녀 교육도, 육아도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드는 것이다. 조바심 내지 않는다. 오늘은 오늘 만큼만 가르치려고 한다. 평생의 과업을 어찌 단박에 이루려 하겠는가! 화내지 말고, 분노하지 말고. 오로지 사랑으로! 솔선수범으로! 오늘도 내 아이들 앞에 선다. 입꼬리를 당기고 활짝 웃으며.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청소년은 요즘 한창 사춘기라는 터널을 건너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아니 자주 여러 번 엄마는 학부모 효능감의 바닥을 치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나도 그랬을까?, 그랬나?를 가끔은 되새기지만 나는 안 그랬던 것 같다. 공부도 공부이지만 두 녀석의 생활태도 때문에 연중 말씨름 중이지만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두 손, 두 발 다 들고 입닥틀인지 입틀막인지... 아무 소리 안 하고 방을 치워준다. 들어먹지 않는 녀석들 한데 내 입만 아프고 이로 인해 2차전, 3차전 길어지기만 한다. 어찌 저리 살까? 적어도 잠자고 난 이부자리만큼이라도 정갈하게 정리하자! 수천번을 이야기했건만 소귀에 경읽기다!
난 솔직히 공부 좀 못해도 된다. 다만 삶을 대하는 자세가 정성을 다하고 성실하게 하루를 온전히 살아갈 수만 있다만 그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직 그러한 것을 깨닫기에는 내 생각이 무리인가? 싶다가도 내가 자식 교육 잘못해서 저러지 싶다. 내가 원흉처럼 느껴진다. 한 때 학교일에 대학원 공부에 바삐 돌아다니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을 내 일에 너무 몰두하고 아이들을 더 돌보지 않아서 인가!' 싶어 하루에도 여러 번 자책이 들고 내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변명이라 변명이지만 매 순간 나는 최선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 어느 한순간도 헛으로 살지 않았다. 성실하게 사는 엄마의 등을 보고 자랐을 텐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싶어 때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답이 뭐가 있을까? 그리고 과거를 탓해서 뭐 할까? 아직도 늦지 않았다. 고등, 중학생! 두 녀석들을... 포기하지 말자.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가르치자! 아니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내가 더 솔선하여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