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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교사 윤수정 Jun 11. 2024

동화책 <엄마의 날개>

9살 막둥이 녀석에게 책 한 권 읽어주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매일 읽어주기 미션은 항상 징검다리 실천이 되고 만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동화책 한 권을 잡아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들 녀석이 골라왔다. 아이는 얼마 전 선물로 배송된 동화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왔다.


엄마의 날개

저자에이데르 로드리게스

출판 다봄 발매 2024.05.30.


(이 책은  내가 쓴 원고 투고를 하며 알게 된 다봄 출판사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책이다. 아쉽게도 함께 책을 출간하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인연으로 매번 좋은 책이 나오면 꼭 나에게 보내주시는 고마우신 분이다.)




똑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아이와 내가 치르는 책 읽기 첫 단계 의식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 말이다. 이 표현이 재밌기도 하고 마치 아이와 내가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늘 이렇게 우리 만의 신호를 보내고 책 읽기를 시작한다.


이 책은 스페인 동화책으로 <엄마의 날개>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왜 엄마의 날개이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책 내용은 이랬다. 엄마는 늘 가족을 위해 맛있는 닭 요리를 한다. 닭 가슴살과 닭다리는 남편과 아이들 차지이고 엄마는 남은 닭 날개만 먹는다.




그렇게 닭 날개만 먹던 엄마에게 어느 날 등에 이상한 솜뭉치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급기야 날개가 되어 엄마는 날 수 있게 된다.




자유로이 날 수 있게 된 엄마는 세상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행을 다니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맛있는 요리 냄새에 끌러 날아간 곳은 바로 집이었다. 닭 요리가 식탁에 딱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 엄마는 가족들에게 말한다.





오늘은 엄마가 닭 가슴살과 닭다리를 먹을게.




엄마는 마치 해방 선언이라도 하듯 이야기를 하고는 맛있게 닭다리를 뜯어먹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과도 다소 연관이 있어 보이는 내용이다. 닭 날개만 먹다가 진짜로 날개가 생긴다는 부분이 재미있다. 오늘부터 나도 닭 날개만 좀 먹어볼까 싶다. 동화 속 엄마처럼 나도 날개가 생겨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다면 환상적일 것 같다.



아이와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눈을 깜빡깜빡하는 것이 오늘은 이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아이 책 읽어주는 일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정말 어렵다. 어느 날은 퇴근 후 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가며 읽어 줄 때가 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다 보면 아이보다 내가 더 재미있어할 때가 많다. 그림책은 글뿐만 아니라 곳곳에 단서가 되는 재미있는 그림이 숨어있어서 그림 보는 맛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늦둥이 막둥이를 키우며 때로는 길고 긴 육아에 한숨이 나올 때도 많다. 오늘 읽었던 동화책 속 엄마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늦게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일이 더 많다. 특히 위의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잘 알지 못했던 그림 동화책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되었다. 순전히 막둥이 덕이다.


올해 아니 길게는 내년까지 아이는 동화책을 들고 함께 읽자며 들이밀 것 같다. 이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리니 즐겨야겠다. 막둥이와 함께 하는 동화책 여행이 먼 훗날 가슴 따뜻한 추억이 될 테니까.



막둥아. 앞으로도 엄마랑 함께
재미난 동화책 많이 읽자.
사랑해.^^



© aaronburden, 출처 Unsplash



#다봄 출판사, #엄마의 날개, #재밌어요. #나도 날개가 생겼으면, #엄마도 좋아하는 동화책,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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