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선생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신학년 집중기간으로 새 학년 준비를 위해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 교실을 노크하고 들어옵니다.
"부장님, 올해 부장님 반 사회 교과 지원을 맡았어요. 수업을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여쭈어 보려고 왔어요."
낯선 선생님이셨습니다. 아주 가끔 교무실을 갈 때 한 두 번 스쳐 지나가며 인사를 나눈 것이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67 학급, 교사 수만 90명이 넘는 큰 학교입니다. 학교 건물도 본관, 동관, 후관 등 세 섹션으로 나뉘어 있어서 사실 누가 누군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아, 그러세요. 아이고 반가워요. " 하며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올 1년 저와 아이들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대화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마무리되었다 싶었을 때, 선생님이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너무 늦게 복귀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냥 빨리 다시 학교에 복귀하게 되었어요. "
그러고 보니 그 선생님이 지난 학년도 내내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선생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세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지만 작은 사안에 있어서도 담임교사와 이야기하지 않고 매번 교장실로 쫓아가는 학부모와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로 인해 결국 선생님은 마음의 병을 얻으셨습니다. 그래서 2학기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병가를 내셨던 바로 그분이었습니다.
"잘하셨어요. 선생님. 우리 교사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에요. 학폭 사건도 그렇고 가끔씩 마주하는 어려운 학부모도 교사라면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아요. 저도 얼마 전 학폭 사건에 휘말려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제가 그동안 잘 가르쳐서 무탈했던 것이 아니구나.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였구나. 했어요.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그 선생님 손을 잡고 이야기하는 동안 선생님 눈가가 빨개지더니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지셨습니다. 그 일로 얼마나 마음의 상심이 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마음이 아파옵니다. 아직 젊은 선생님이기에 어쩌면 더 감당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더 숨지 않고, 더 혼자 아파하지 않고 당당히 다시 학교로 복귀하신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교실은 완벽하게 굴러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한순간 무너질 수 있습니다. 교사의 일상도 1년 내내, 365일 햇빛만 비추지 않습니다. 2년 차 교사도, 25년 차 교사도 매일 같이 변화무쌍한 아이들을 마주합니다. 매일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섭니다.
선생님,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 더는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교사의 힘으로 되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오늘이 힘들었다면 내일은 생각지도 못한 기쁜 일이 선생님을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교실에서의 하루하루,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와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을 연습이 없기에 그저 오늘 하루, 또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선생님, 선생님 잘못이 아닙니다. 더는 아파하지도 슬퍼하지도 마세요. 더는 눈물짓지도 주저하지도 마시고 그럴수록 더 굳건히 선생님 자신을 지키고 그 단단함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학생들 앞에 서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