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신세가 될 것이다. (창세기 4.12)"
휴식이 없다는 것은 하나의 저주입니다. 마치 카인이 안식을 얻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녀야만 했던 것처럼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쉼은 신들에게 바치는 거룩한 것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구약성경도 쉼을 이와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신심 깊은 사람은 하느님이 주신 안식일의 휴식을 갈망했다고 하니까요.
안셀름 그린 신부님의 <탐욕>에서 신부님은 카인에게 내린 저주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의 태도에서도 감지된다고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악착같이 일하지만 보람이 없어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카인이 쉬지 못하는 이유는 동생 아벨을 살해한 죄 때문입니다. 죄책감 때문에 괴로운 나머지 이리저리 떠도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마음 역시 알 수 없는 죄책감, 불안감으로 인해 스스로 자신의 쉼을 허락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대의 유다인 철학자 필론 역시 휴식을 최고의 가치로 뽑았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힘이 들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은 지치도록 일하시지 않고 쉬십니다. 그분의 쉼, 안식은 바로 창조적 행위인 셈입니다. 필론의 견해에 따르면, 신심 깊은 인간은 하느님과 같은 방식으로 창조적 안식을 얻지만, 어리석은 자는 마치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점점 더 빨리, 자신을 몰아가지만 결국, 거룩한 쉼이 없기에 목표에 도착하지 못하고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참된 쉼, 완전한 쉼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안셀름 그린 신부님은 영혼이 정화되어 쉼을 얻은 이는 하느님 외에는 아무것도 열망하지 않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침묵의 공간, 쉼의 공간에 들어선 이는 마음이 순수해지고 결국 하느님의 영이 그에게 깃들어 쉼이 선사된다고 합니다. 결국 그러한 힘은 그에게 창조적 힘을 준다고 합니다.
여러분, 오늘 자신의 삶 속에서 쉼을 허락하셨는지요? 가톨릭 전례상 사순 1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라도 나만의 고요한 시간, 쉼을 허락하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잠깐의 쉼이 더 나아갈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아무리 바빠도, 잠시 쉬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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