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일까요? 어릴 적 제 별명은 '달덩이'였습니다. 특히나 저희 아버지는 "우리 딸은 참 달덩이같이 예쁘다." 하시며 저를 참 많이도 사랑해 주셨습니다. 제 생일은 정월 대보름 전날, 바로 오늘입니다. 그래서였는지 늘 생일상에는 각종 나물과 오곡밥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이런 생일상이 싫어서 엄마에게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엄마, 내 생일상은 왜 이렇게 나물이 많아? "
그래서였는지 어릴 적 한동안 저는 나물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고 아이 엄마가 되고부터는 나물이 얼마나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인지 점점 그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습니다. 나물요리가 쉬워 보여도 삶고 데치고 하는 작업이 때로는 귀찮아서 쉽게 해 먹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건강식으로 가득했던 엄마의 생일상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감사하기만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통통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춘기를 지나고 한 창 외모에 신경을 쓸 때면 이 '달덩이' 같은 얼굴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살이 빠져도 얼굴은 그대로 있거나 가장 마지막에 눈에 띄지 않게 살짝 홀쭉해지는 저입니다. 그래서 종종 부모님께 "왜 하필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날 낳았냐고?" 장난기 어린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 부모님은 무슨 소리냐며 '달덩이' 같이 예쁘기만 하다며 제 말을 곧이듣지 않으셨습니다.
이제는 외모에 신경 쓸 나이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에 적당히 적응한 중년 아줌마입니다. 동글동글한 제 얼굴이 나쁘지 않게 느껴집니다. 둥근달이 참 예쁘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제가 어둠을 환히 밝혀주는 보름달 같은 존재가 되었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달은 지구에 가장 가까운 위성이자 우주적 생명력의 전형으로 대표적인 종교상징물이었다고 합니다. 달의 차고 기움에 따라 조석간만이 크게 차이나는 우리의 지형적 특성상 달의 영향력은 매우 커서 우리 민족에게는 우주론·세계관·인생관·생활습속 등에 미치는 영향은 태양보다 달이 훨씬 컸다고 합니다. 즉, 전통 한국사회는 실질적으로 ‘달 중심론’이라고 할 만큼 달과 친숙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한 예로 우리 동요에는 유달리도 많은 달이 등장합니다. “낮에 나온 반달……”로 시작되는 동요에서부터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우리 동요 속에 나오는 달은 유달리 휘영청 밝게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달은 밝음과 그 원만함을 이야기할 때 종종 등장합니다. 달빛은 햇볕과는 다릅니다. 해의 빛은 볕이라고 해도, 달의 빛은 볕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볕은 볕살 · 뙤약볕이라는 말들이 의미하고 있듯이 작열하는 뜨거움을 의미하지만, 달빛은 그 은은함이나 부드러움을 자아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8tYzybdPqY
‘희부옇다’ · ‘어슴푸레하다’는 것은 모두 달빛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또 '부드러운 빛, 요요한 빛이라서, 달빛은 포용하고 감싼다.'라고도 표현합니다. 푸른 물빛과도 같은 달빛이 지닌 시각적인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달빛에서 푸근함과 은근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빛은 햇빛과는 달리, 사물들을 서로 확연하게 개별화하거나 구분하기보다는 서로 어울리게 하고 녹아들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빛은 구별하는 빛이 아니라 융합하는 빛이라 불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이면 24년도 첫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정월대보름입니다. 밝은 달을 보며 소원도 빌고 내일을 희망할 수 있기에 기대가 됩니다. 푸른빛이 감도는 듯, 은은하고 부드러운 자태를 뽐내는 예쁜 달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올해도 우리 모두가 둥근달처럼 하나 되어 둥글게 둥글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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