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입니다.

사순 제1주일을 뒤돌아보며

by 초등교사 윤수정

토요일이라 가족들과 함께 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을 먹고 어질러진 집안 청소를 하다가 지난주 주보 첫 면의 성화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이 그림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여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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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cio%2C_Maesta_Altarpiece_BP2%2C_Temptation_on_the_Mount%2C_1308-11%2C_Tempera_on_wood%2C_43_x_46_cm%2C_Frick_Collection%2C_New_York.jpg?type=w773 예수님을 유혹하는 악마, 두초

이 그림은 13세기 후반과 14세기 초반 활동한 이탈리아 화가 두초 디 부오닌세냐(이탈리아어: Duccio di Buoninsegna)가 그린 그림입니다. 그는 서양미술의 창시자이자 초기 르네상스를 연 사람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화가로 이탈리아 전역에 많은 작품을 남기 화가입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세 번째 유혹을 받으시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40일간 광야에서 단식하며 기도하셨습니다.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악마는 예수님을 유혹합니다. 악마는 첫 번째, 예수님에게 돌을 빵이 되도록 해 보라 하였고, 두 번째, 도성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보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엎드려 경배하면 그 모든 것을 누리게 해 주겠다며 유혹합니다. 예수님은 "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말씀하시며 악마의 모든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이 성화는 이 중 세 번째 유혹을 받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천상을 뜻하는 금박 테두리의 푸른색 겉옷을 입고 계십니다.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고 바위에 올라서 검은색 악마에게 명령하고 호통을 치는 권위를 보이십니다. 예수님 옆의 두 천사는 미카엘, 가브리엘 천사로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예수님의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은색 악마도 천사와 비슷한 큰 날개를 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악마는 악마들의 우두머리라 불리는 '루시퍼'라고 합니다. 원래 루시퍼는 '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 '빛을 몰고 오는 자'로 불리는 천사들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천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천사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천사가 왜 이런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너무도 뛰어난 나머지 교만하게 되어 하느님과 같아지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성화에 얽힌 이야기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들 역시 뱀의 유혹을 받게 됩니다. 뱀은 선과 악을 알게 되는 열매를 따 먹으라며, 그렇게 하면 너의 눈이 열러 하느님처럼 될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결국 인간도 하느님처럼 되기를 바라다 천상에서 내쳐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열매를 따 먹은 것뿐만이 아닌 더 큰 잘못을 범합니다.


"제 탓이 아닙니다." 아담은 하와의 탓이라 말했습니다. 하와도 말합니다. "제 탓이 아닙니다." 뱀의 탓이라 말합니다. 어쩌면 하느님은 먹지 말라 했던 그 열매를 먹은 것보다 서로의 잘못을 미루는 인간의 이런 모습에 더 화가 나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미사 중에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 하고 고백합니다. 미사 중에 저도 모르게, 의식하지도 못한 채 흘러나오는 틀에 박힌 말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오늘입니다. 사준 1주일을 보내며 진심으로 회개하고자 합니다. 잠시 멈추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하는 사순 시기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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