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줍니다.

by 초등교사 윤수정

지난 연말연시 제주도에 있는 면형의 집(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하느님 말씀을 새기며 3박 4일간 '산들평화순례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첫날 신부님께서 이번 피정동안 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마음속에 새겨둘 말씀 카드를 건네주셨습니다. 제가 뽑은 카드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줍니다.(1 코린 13, 7) "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하느님께서 저에게 또 제 삶에 있어서 무슨 말씀을 하고 싶어 하시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아직은 사랑으로만 제 삶을 채우기에는 저는 너무도 세속적이고 욕심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사랑으로 살고, 사랑으로 실천하며, 사랑으로 제 삶을 채울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오늘은 우연히 책상을 정리하며 한편에 세워둔 그날의 말씀 카드가 눈에 띄었습니다. 카드를 집어 들고 만지락 거려봅니다. '나는 얼마나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지? 또 나는 사랑이 담긴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여전히 모순덩어리인 인간이고 생각과 말과 행위가 일치되지 못할 때가 더 많은 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보시기 좋은 딸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저를 가다듬어 봅니다.


지난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눈이 참 많이 왔던 것 같습니다. 1월, 함박눈 내리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눈 내리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고 좋아서 한 참을 눈 속을 거닐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끄적이듯 써 둔, 시 한 편을 꺼내어 봅니다. 사진과 동영상도 다시 열어 봅니다. 그날의 제 마음, 제 기분이 느껴져서 오래오래 간직해 두고 싶습니다.



세상을

하얗게 하얗게

덮어준다.


마치

그 모든 것을

안다는 듯

그동안 애썼다며

토닥여준다


그 위를

한 발짝 한 발짝 걷노라니

지난날 나의 과오와

부족함이

선명한 발자국으로

남겨진다.


뒤돌아보니

그마저도

소리 없이

덮어준다.


나도

그 누군가에게

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는 추운 겨울도 가고 곧 봄이 올 것 같습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많은 것들이 봄 볕에 취해 다시금 활짝 문을 열어젖히겠지요? 떠나가는 겨울이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봄날이 기대됩니다. 여전히 제 마음속 한편에 꽁꽁 얼어붙은 것들이 있다면 사랑으로 녹여내고 싶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줍니다. #가톨릭 성경 말씀, #함박눈 오던 날, #눈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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