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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교사 윤수정 Sep 27. 2024

이기고 싶은 걸 어떡해요

공 차고 콘 돌아오기 게임(아티스트데이트+42)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고 고대하는 시간, 바로 체육시간이다. 행여 공휴일로 체육을 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면 아이들의 한숨 소리는 땅이 꺼질 듯하다. 비가 와도 나가고 싶다고 성화다.


오늘도 아침 등교 시간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앗싸, 체육 들었다."

"선생님, 오늘은 우리 뭐해요?"

"피구 하면 안 돼요?"

"선생님, 그냥 축구해요."


드디어 체육시간, 공 차고 콘 돌아오기 놀이를 했다. 규칙도 간단하고 방법도 쉽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팀 경쟁 활동이다. 발야구를 하기 위한 연습 단계라 해도 될듯하다. 방법이 발야구랑 매우 흡사하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몇몇 아이들의 넘치는 승부욕에 강당은 후끈하다 못해 뜨거워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상대팀이 득점을 하거나 우리 팀이 잘 풀리지 않으면 이상한 딴지를 걸곤 한다.

"선생님, 저쪽 팀이 한 명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웬걸 경기 시작 전 둘씩 짝을 지어 앉아 번호! 를 외치며 인원 파악을 했음에도 뭔가 수상쩍은가 보다.


어떤 아이는 공을 잘 차고서는 코너를 돌아 홈 발판을 밟아야 하는데 밟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 바람에 기대했던 득점이 무효가 되어 버렸다. 아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것이다. 1학기에 스포츠 강사 선생님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다며 우겨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분명 1학기 체육 수업을 함께 했기에 알고 있는 규칙인데 말이다.


"아니야, 홈 발판을 밟지 않으면 무효야."라고 다시금 규칙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스포츠 강사 선생님이 어느새 강당에 왔는지 우리 반쪽으로 걸어왔다.

"얘들아, 담임선생님 말씀이 맞아."

핏대를 세우며 자기들이 맞다고 주장하던 몇몇 아이들이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다음 체육 시간에는 규칙 준수를 잘하고 좀 더 즐기는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일장 연설을 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줄지어 급식실로 향하는데 한 녀석이 말한다.

"같은 팀이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지. 아니잖아. 그런데 왜 우겨?"


이제 제법 3학년 생활도 익숙해져서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점점 고학년답게 행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덩치도 커지고 신체 활동력도 좋아져서 체육 시간이면 날아다니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매 체육시간마다 스포츠 정신에 대해 설명을 한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경기를 시작하고 나면 양쪽 팀이 팽팽하게 긴장 가도를 달린다.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어찌나 치열한지, 비록 아이들 경기일지라도 지켜보는 나도 아이들 경기 속으로 빠져들곤 한다. 제법 공도 잘 차고 패스도 곧잘 한다. 어느 한쪽으로 승부가 몰리면 안 된다. 하루 종일 속상함을 비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 진 이유는 차고 넘친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경기는 승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즐기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도 아이들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스포츠 정신에 대한 인성교육이 더 필요해.' 하며 강당 계단을 내려왔다. 계속 속상해하면 어쩌나 했건만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재잘거리며 급식을 잘도 먹는다. 방금 전 상대팀 선수를 향해 으르렁대는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금세 잊어버린 모양이다.


하교 전 다시 한번 당부를 했다.

"얘들아, 이기는 것도 좋지만 우리 서로 즐겁게 경기하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로 하자. 알겠지?"

"네.  ~~~~~"


두고 볼 일이다. 이게 한두 번인가.

다음 주 체육시간이 기대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mOVzst7w9OU

콘 돌아오기 발야구

게임 방법도 간단하고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체육활동입니다.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재미있게 잘할 수 있습니다.

적극 추천드립니다.



#아티스트데이트, #공차고 콘 돌아오기, #콘 돌아오기 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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