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비움

화장실 비움

by 초등교사 윤수정

새벽 기상을 하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묵주기도이다. 오늘은 다행히 맨 정신에 기도를 잘 할 수 있었다. 졸며 깨며 기도드리는 날도 있다. 오늘은 첫출발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 그동안 미뤄둔 화장실 청소를 해야겠다.


우리 집에는 두 개의 화장실이 있다. 안방 쪽 화장실은 나와 남편 막둥이가 사용한다. 나름 깨끗하다. 샤워하기 전 물을 살짝 뿌려두고 내 몸 다 씻은 후 청소를 한다. 대략 10분이면 마무리가 된다. 1주일은 그럭저럭 유지된다. 한 달에 한 번은 이곳저곳 제법 긴 시간 청소를 하기도 하지만 늘 치우는 사람(바로 나!)이 있으니 쓸만하다.


문제는 거실 쪽 화장실이다. 주로 딸과 아들이 사용한다. 주 1회 청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간혹 내가 바쁘면 건너뛴다. 그러면 이 화장실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빠져든다. 아무도 치우지 않기 때문이다. 2주 동안 청소를 못했다. 상황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 들여다봐도 뻔하다.


오늘 새벽 드디어 화장실 비움을 실천했다. 딸아이의 긴 머리카락, 윗부분을 찍 짜서 함부로 던져둔 치약. 다시금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변기, 욕조, 바닥을 깨끗이 닦아낸다. 따로 화장실 세제를 쓰지 않는다. 오래된 여행용 샴푸 등 굴러다니는 목욕용품을 수세미에 짜서 사용한다. 강한 화학 약품을 쓰는 세제가 아니니 청소하는 내 몸에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향기도 제법 나서 일석이조다.


내 몸도 가볍게 샤워하고 바닥 물기까지 싹 닦아두었다. 곧 아침이면 딸과 아들이 사용할 것이다. 방학임에도 두 녀석 다 공부한답시고 바쁘다. 깨끗한 화장실이 조금이라도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인증 사진 한 장 찍으며 잠시 생각해 본다. '어째서 화장실 청소는 항상 내 차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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