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학부모 총회와 여러 가지 번잡한 일들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집안일에도 빈틈이 생겼다.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게 여겨지는 화장실 청소. 자연스럽게 가장 뒷전이 되었다.
오늘 아침, 다시금 내가 해야 할 일,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변기와 세면대 구석구석을 닦았다. 한 주를 건너뛰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샤워부스 안에 있는 하수구 청소였다. 큰 거름망, 작은 거름망, 하수구 안쪽의 여러 가지 부품들을 꺼냈다. 일명 하수구 세트! 하나같이 검은 때가 끼어 있었고 머리카락에 각종 오물로 뒤덮여 청소하기조차 꺼려졌다.
고작 한 주를 건너뛰었건만 어찌 이리 지저분한지. 순간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집안 청소를 할 때마다 현상 유지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런 까닭에 하루도 집안 청소를 거를 수가 없음을 이미 알고 있다고 했지만. 고작 한 주 쉬고 마주하는 화장실 청소는 나에게 다시금 매일매일의 청소, 비움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했다.
하물며 한낱 작은 물건에 속하는 이것들도 매일 성실히 하루하루 닦아주지 않으면 저렇게 더러운 모습으로 변해가는데. 그럼 내 속은? 내 마음은? 갑자기 내 안의 모습들이 궁금해졌다. 하루도 내 마음을 닦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내 마음을 떠올려본다. 이리 튀고 저리 튀게 내버려 둔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도 들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자찬묘지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나이 예순,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지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성경 말씀에도 "깨어 있어라, "라는 주님의 말씀이 여럿 등장한다.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날과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오복음 25장 13절
내 생을 마감하는 그날이 언제인지 나는 모른다. 그저 오늘 하루, 깨어있고자 노력할 뿐이다. 내 마음속 온갖 찌든 때를 비우고 매일 닦고 또 닦아 말간 얼굴의 나를 비춰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