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비움

트라피스트 수도원

무소유의 삶,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by 초등교사 윤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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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reygrey__, 출처 Unsplash



나 자신을 버리고 사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알고리즘으로 걸려든 영상 하나를 보았다. 침묵의 수도원이라 불리는 트라피스트 봉쇄 수도원을 소재로 한 다큐 영상이었다. 평소에도 수도원, 침묵, 봉쇄 이런 단어에 끌림과 매력을 느끼던 차에 하던 일을 멈추고 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트라피스트 수도원 중 하나인 미국의 어썸썬 수도원은 남자 봉쇄 수도원으로 일반인은 접근이 불가한 곳이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팀이 이곳을 방문했지만 전체를 다 촬영하지는 못했다. 세상 사람들과는 등을 지고 사는 수도승들의 삶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새벽 3시 15분이면 모두 아침 기상을 하고 저녁 8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침묵이라는 대 전제하에 게시판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고 노동과 기도, 렉시오 디비나(성경 강독)를 반복하며 지극히 단순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중 몇몇 수사와 신부는 수도원 관할 산속에 홀로 외딴집을 짓고 그 속에서 혼자 수행을 하고 기도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산속 오두막의 크기는 작은방 하나 남짓한 크기였다. 작았지만 무척이나 정갈했고 단순하고 소박했다. 수도원 내부의 방도 책상과 침대, 몇 권의 책을 제외하고는 개인 물건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만큼 소박했다. 그 소박하고 정갈한 방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속 시끄러운 일들이 잔잔해지는 것만 같았다.


수도승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해맑았다. 96살의 한 노 수도승은 그 나이에도 벌목을 하고 수도원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이렇게 일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절제된 삶을 살아서인지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까지 했다.


한 수도승의 인터뷰가 잊히지 않는다. 나 자신을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었다고 한다. 구속되지 않은 자유, 바로 그것이다. 버림으로 공허한 것이 아니 더 큰 것을 채울 수 있었다고도 했다.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나는 세속적 삶에, 인간의 삶 속에 온몸을 푹 담그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 한 번쯤은 나 자신을 버리고 살아가는 수도승처럼 살아보고 싶다.


오늘 성당 주보지에 비슷한 글귀가 있었다. " 저 자신을 조금 더 내려놓고, 욕심을 비워낸 자리에 사랑을 채워 나가는 과정이 십자가가 주는 은총"이라는 것이다. 나 자신을 비움으로써 사랑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께 그 자리를 온전히 내어드리고 그 분만이 주실 수 있는 온전한 자유와 기쁨을 맛보고 싶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마르 8.34



https://youtu.be/CPe8agnSjvw?si=8iofXxyhjXHcCaXh


#트라피스트 수도원, #사순 5주일, #침묵, #수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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