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꺼내 보는 일기_2028년 11월 17일
고요한 새벽이다. 어김없이 새벽불을 밝히고 있다. 잔잔한 음악과 차 한잔을 마주한다. 탁탁탁, 노트북 글 쓰는 소리가 듣기 좋다. 어제 있었던 대강연회의 진한 감동과 여운이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1000명이 넘는 인파, 상상도 못 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했다. 좌충우돌 우당탕거리며 초등교사로 29년을 살아온 내 이야기를 했다. 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던 그 차가운 감촉은 선명한데 무슨 말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초등교사를 꿈꾸던 나, 첫 교단에 섰던 그 설렘, 이상과 현실 속에서 힘들어했던 첫 학교, 세 아이의 엄마로 버텨내야 했던 길고 긴 육아. 분명 나의 서사를 한 없이 풀어냈을 것이다. 강의가 끝나니 내 책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오는 독자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강연장은 저자 사인회장이 되어버렸다. 큰 위로가 되었다는 새내기 선생님, 어둠만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는 교직에서 다시금 희망을 찾았다는 선생님,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한다는 아이 셋 엄마. '행복하세요.'라는 문구와 내 이름 석자를 힘주어 적었다. 이 광경을 어느새 다 자란 세 아이들과 남편이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 모든 것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5년 전 어느 날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고작 2주를 넘긴 새벽이었다. 그렇게 바라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건만 정작 글을 쓰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잡생각은 넘쳐나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매일 글을 쓰겠다던 그 첫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글쓰기는 점점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지어졌다. 이래서 작가 할 수 있을까? 적어도 작가라면 1년에 책 한 권 정도는 출간을 해야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상상을 했다. 그때였다. 아, 그럼 5년 후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글을 쓰고 있을까? 원하는 것은 다 이루었을까? 세 아이들은? 남편은? 몽글몽글 재미난 생각들이 피어오른다. 좋은 생각, 좋은 상상만 하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노트북에 손이 올라가 있다. 5년 후 멋지게 성장했을 내 모습을 한 자 한 자 글로 써 내려갔다. 마지막 저장 버튼을 힘주어 클릭했다. ' 아님 말고...'
또렷이 기억나는 그날이다. 부리나케 브런치 글을 뒤졌다. 2023년 11월 17일 새벽 5시 11분에 발행된 글 한 편이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열어보았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5년 전 상상 속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되어있었다. 어제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이루어진 것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희망을 전하는 행복디자이너로 전국을 누비며 강연을 하고 있다. 그동안 책도 여럿 출간하였다. 한 달 전 출간한 책이 벌써 2쇄를 찍었다. 학교에서는 관리자가 되어 교사가 행복한 학교, 교사가 열정을 다하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로 이거구나. 꿈꾸고 열망하고 그림 그리듯 미래를 상상하면 이루어지는구나.' 잠재의식과 끌어당김의 법칙에 관한 책을 읽고 나름의 실천을 하고 있었지만 비로소 오늘 그 놀라운 체험을 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나도 모르게 혼자맛을 해본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 좋은 것을 빨리 알리고 싶다. 탁탁탁, 글 쓰는 손이 바빠진다. 1주일 후에 있을 강연 주제의 한 꼭지를 잡은 듯하다.
존 업다이크는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면 자연이 우리를 꿈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꿈이란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도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꿈과 현실의 결합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꿈을 현실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꿈을 향한 여정은 쉽지 않지만, 존 업다이크처럼 또 월트 디즈니처럼 꿈의 힘과 가치를 믿고 그 길을 나아갈 때만 가능한 것이다.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 현실을 바꾸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아니 희망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원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희망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오늘의 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보탬이 되기를 소망한다. 희망을 전하는 교육메신저로의 삶을 살아가는 내가 자랑스럽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랑, 나눔, 성장의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오늘도 나만의 길 위에서 나만의 속도로 뚜벅 꾸벅 내 길을 걸어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