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시절 부모님과 삼 남매 그렇게 다시 한번 같이 살아보고 싶습니다.

by 초등교사 윤수정

어제는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조퇴를 했습니다. 고향인 전주로 향했습니다. 얼마 전 퇴원하신 친정아버지를 찾아뵙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는 3주 이상을 병상에 있다 보니 뼈만 남으신 듯합니다. 175센티미터를 넘는 키에 체구도 좋으셨던 아버지였습니다. 이제는 팔순을 넘긴 백발노인의 모습으로 저를 맞이하십니다.

"아버지, 고생하셨어요."

"아이고, 바쁜데 뭣하려 왔냐. 오느라 고생했다."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아버지를 덥석 안았습니다. 제 손에 쥐어지는 아버지의 가냘픈 팔과 살 없이 만져지는 등허리의 감촉이 당황스럽습니다. 식사를 못하셨다더니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피부로 느껴집니다. 한 발 한 발 조심조심하며 걸으시는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친정어머니도 매한가지입니다. 곧 80을 앞둔 노인이 아버지 병간호 하신다고 많이 지치신 모습입니다. 그간 염색도 못하셨는지 허옇게 드러난 머리 하며 예전과 달리 허리도 더 구부정해 보입니다. 부모님이 점점 연로해지시고 기력을 잃어가신다는 사실을 제 눈으로 제 피부로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는 제 영웅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저를 학교에 데려다주시거나, 아버지와 함께 할 일이 있을 때면 늘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너네 아빠야? 우와, 멋지시다."라는 친구들의 찬사를 종종 받았습니다. 훤칠한 키에 인상이 좋으셨던 아버지는 어디에서든 폼이 났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2남 1녀 중 둘째로, 하나뿐인 딸로, 아빠 사랑을 독차지하며 컸습니다. 사랑 듬뿍 받고 컸지만 그만큼 돌려드리지 못했습니다. 아이 셋 키운다고, 바쁜 직장 생활한다고 어느새 아버지는 제 삶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어머니는 초등교사로 한평생을 사신 분입니다. 저에게는 초등교사의 꿈을 심어주시고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삶으로 저를 이끌어 주신 부모님이자 교직 선배님입니다. 어릴 적 엄마를 보며 제 꿈을 키웠습니다. '교사'가 된다면 엄마처럼 초등교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대입을 앞두고 담임 선생님은 극구 사범대를 권하셨지만 저는 '교사'하면 우리 엄마, 초등교사가 전부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꿈을 이루었고 어머니가 걸었던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 때 어머니는 저의 고민 상담소였습니다. 남편 이야기, 시어머니 이야기,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고민들을 엄마에게는 무엇이든 숨김없이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민거리, 걱정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어머니에게 걱정을 안겨드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엄마와의 전화 통화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엄마에게 기대고 의존했던 제가 철부지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조금씩 조금씩 제 삶을 독립시켰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어쩌다 한 번 전화를 드리곤 합니다. 명색이 하나뿐인 딸인데. 딸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삽니다.


어렵게 맞벌이하며 저와 오빠, 남동생을 잘 길러내시고 당신들의 삶도 충분히 잘 살아내신 두 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드시니 슬픈 생각, 옛날 생각,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자주 난다는 엄마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느 순간 눈물이 많아지셨다는 것을 알았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오히려 주책맞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마주한 아버지, 어머니 모습은 예전과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더는 아버지, 어머니 품에 안길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분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애쓰셨다고 잘 사셨다고 말씀드리며 안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립습니다. 아빠, 엄마, 오빠, 나, 남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가 함께 살았던 그 순간이 그립습니다. 오늘은 아버지, 어머니가 아닌 " 아빠!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금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 싶습니다. 그 시절의 아빠와 엄마와 함께 옛날 우리 집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그간 저희들 키우시느라 정말 애쓰셨어요. 저희들 잘 키워 주셔서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려요. 제발 오래오래 지금처럼만이라도 제 옆에 있어 주세요. 사랑해요. 아버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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