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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틈새 시간을 공략하라

by 초등교사 윤수정

대부분 사람은 바쁜 하루를 살아간다.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있다. 더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느 새부터인가 ‘틈새’라는 말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틈새시장, 틈새 사업, 틈새 수납 등. 국어사전에 의하면, ‘틈새’라는 말은 벌어져 난 틈의 사이, 모여 있는 사람의 속, 어떤 행동을 할 만한 기회를 뜻한다. 나에게 ‘틈새’는 정해진 어떤 것보다 뭔가를 더 필요로 할 때, 예를 들어 바쁜 일들 사이에 무엇인가를 더 하는 것, 가구와 가구의 틈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더 수납하는 것 등 보통의 것을 뛰어넘는 노력을 뜻하는 말로도 느껴진다.


시간은 또 어떠하랴. 하루 24시간 중 낭비되는 시간조차도 잡아보겠다는 것이 바로 틈새 시간이 아닐까? 내가 아는 회사원 A 씨는 고객 접대를 좀 더 잘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내어 골프를 배운다. 그는 퇴근 후에는 도통 시간이 나지 않아서 점심시간을 활용한다. 점심은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먹고 회사 근처 골프장에서 개인 지도를 받는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큰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어느새 골프의 기본 동작을 다 배우고 얼마 전에는 필드까지 나갈 수 있게 되었다면서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점심시간에 할 수 있는 게 골프 교습만 있는 게 아니다. 산책도 할 수 있고 운동도 한다. 이러한 직장인들을 걷기(Walking)와 점심(Lunch)의 합성어인 ‘워런치’를 따서 워런치족이라 부른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일만 하다 보면 몸도 나른해지고 체력도 점점 고갈될 때가 많다. 그렇다고 따로 시간을 따로 내기도 어렵다. 그러나 건강은 챙기고 싶다. 이런 현대인의 세태를 반영하듯 점심시간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점심시간을 활용해 악기 교습을 진행하는 직장인 전문 음악 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점심시간에 악기 연주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지친 마음에 생기를 더해주고,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회사 내 음악동아리가 있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특성을 반영하듯 점심시간을 활용해 명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초등교사인 나는 점심시간은 휴식 시간이 아닌 학생들을 지도하는 시간이다. 급식지도라는 책임이 있어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을 살피고 골고루 식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단, 아이들이 일제히 하교하고 나면 잠시 쉬는 시간이 허락된다. 최근에는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 어려워 휴식 시간을 활용해 틈새 운동을 하고 있다. 10분 스쾃, 10분 덤벨, 10분 스트레칭이 바로 그것이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 긴 시간 하지도 못한다. 10분 단위로 오후 업무 중 쉬는 시간을 정해 실천해 보니 부담도 적고 제법 운동도 되는 것 같다.


옆 반 동료 교사 K는 외국어 공부에 관심이 많아 새롭게 프랑스어를 배우는 중이다. 학원이나 교습소에 갈 여유가 없어 앱을 활용해 혼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 10분 틈새 시간을 공략해 매일 꾸준히 공부한 지가 벌써 6개월이 넘어가는데 제법 공부가 된다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루 24시간 중 제법 틈새 시간이 존재한다. 직장인이라면, 새벽 시간, 출퇴근 시간, 휴식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퇴근 후 시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틈새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까?


출퇴근 시간이 있다. 평균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을 매일 고정적으로 사용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하루 10분 독서를 실천해 볼 수도 있고 자격증을 대비한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할 엘로드의 『아침의 기적』에서 아침 시간의 활용이 하루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출근길도 하루를 성공적으로 시작하는 중요한 시간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틈새 시간으로 퇴근 후 시간 관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퇴근하자마자 폭 퍼진 몸으로 이리저리 뒹굴뒹굴하고 있지는 않은가? 칼 뉴포트의 『딥워크』를 보면 깊이 있는 집중력이 성공을 이끈다고 했다. 보통 퇴근 후 취침 전까지 2시간에서 4시간 정도의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시간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간이다. 어학 공부나 새로운 취미 활동도 가능하다.


아이를 키우며 특별한 시간 계획이 없이 살 때가 있었다. 종종거리며 못다 한 학교 업무를 쌓아둔 채 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은 집에 돌아오면 먼저 소파에 눕기 바빴다. 잠깐만 누워있는다는 것이 손에 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TV 리모컨을 누르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하니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허겁지겁 먹고 나니 남은 음식 정리도 귀찮아졌다. 간신히 남은 음식 정리를 하고 뒤늦게 설거지, 빨래, 청소기 돌리다 보면 어느새 밤 10시를 훌쩍 넘기곤 했다. 아이들 재우고 몇 가지 일들을 하고 나면 12시를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늦게 자니 당연히 늦게 일어날 수밖에. 늦게 맞이한 아침은 설명하지 않아도 뻔하다.


허둥지둥, 허겁지겁.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했다.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되고 플래너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퇴근 후 저녁 시간을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집안 일과 아이 재우기 마감을 정했다. 밤 10시. 집안 소등과 함께 가족 모두가 잠자리에 들 시간을 정해두니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규모가 잡혔다. 퇴근 후 바로 옷을 갈아입고 간단한 샤워를 했다. 직장이라는 제1라운드를 마치고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나름의 제2라운드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나름의 의식이랄까! 씻고 간편복으로 갈아입는 일은 일할 장소의 구획을 짓는 행위였다. 깨끗하게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전환이 되었다. 다시금 가정을 돌보고 아이들을 돌볼 에너지가 생겼다. 최근에는 어릴 적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다. 아이 수업이 끝나면 나도 피아노 교습을 받는다. 일주일에 한 번 받는 수업이지만 피아노 수업이 있는 화요일은 무척이나 설렌다.


하루 중 크고 작은 틈새 시간은 내가 찾아내기 나름이다. 이 시간을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과 의식하고 시간을 잡아 활용하는 것은 상반된 결과를 불러온다. 틈새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하면, 하루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고 자기 계발의 속도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시간 활용은 단박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너무 벅찬 계획은 스스로 부담이 되어 중도에 포기해 버릴 수도 있다. 일단 점심시간 10분, 휴식 시간 10분 등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 보자.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해 본다면 작은 성공들이 모여 언젠가는 내 삶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준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할 일이 많아요. 혼자만의 시간은 단 1초도 내기 어려워요”. “회사에서 집에서도 매일 같이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가 버려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이 하루의 시간을 어디에 얼마나 쓰고 있는지 한번 냉정하게 기록해 보자. 인터넷이나 TV를 켜놓은 채 멍하니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지,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을 수시로 확인하지는 않는지, 비슷한 방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때가 많다면 그 시간을 의식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틈새 시간도 훌륭한 나만의 시간이 된다. 단 5분이라도 좋다. 자신을 재충전하는 시간.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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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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