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공평하게 주어져서 그 시간의 소중함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늘어질 때로 늘어져서 생활하던 때가 있었다. 딱히 볼 것이 없는데 TV 리모컨을 손에 쥔 채 여기저기 눌러대기 바빴다. 보고 또 본 뉴스, 특별히 끌리지도 않는 시시콜콜한 프로그램을 다 보며 시간을 축냈다. 스스로는 쉬는 거로 생각했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정말 아무것도 할 일이 없게 느껴졌다. 늦둥이 막내를 키우며 길고 긴 육아에 어제도 오늘 같았고, 오늘도 어제와 같았다. 또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 생각했다. 하루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 의지와 계획과는 무관하게 돌아갈 때가 많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화도 났다. 계획이라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계획이 없으니 목표도 없어졌다. 그날이 그날 같았다. 끝도 없는 오늘의 반복만 있을 뿐이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했고 길고 어두운 터널에 갇혀 버린 듯했다.
하루는 성당에서 자모회 회합을 했다. 오늘의 성경 말씀을 읽고 돌아가며 나눔 묵상을 하였다. 같은 성경 구절도 저마다 다가오는 느낌이 달라서 듣는 내내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얼굴만 알고 한 번도 이야기 나눠보지 못했던 한 엄마의 순서가 되었다. 항상 벙거지 스타일 모자를 쓰고 다니셨던 그분은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암 투병 중이고 상태가 좋지 않아 곧 병원에 다시 입원할 예정이라고. 아이가 중학교 교복 입은 모습만큼은 꼭 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는 것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분은 그해 가을을 넘기지 못하고 하느님 곁으로 갔다. 장례미사에 상주 옷을 입고 있었던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남매의 모습에 퍽 눈물을 쏟았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가끔 그분의 간절했던 눈빛이 기억날 때가 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간절했을까? 그분 생각이 나는 날에는 나의 하루를 허투루 살 수 없었다. 너무 미안해서. 살아남은 자의 몫을 다해야 할 것만 같았다. 늦둥이 막내를 키우는 것이 힘들어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크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지난날 더 소중하게 나의 하루를 살아내지 못한 것만 같아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백 번, 천 번을 후회해도 바꿀 수 없다. 이미 내 통제권 밖이다. 오로지 내가 바꿀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이다.
나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내가 한 일들을 기록해 보았다. 시간이 없다며 동동거렸지만 의외로 무심코 흘러가는 시간이 보였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긴 시간을 잡아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시간 활용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책도 여럿 찾아보았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소중한 일부터 먼저 하기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간 관리 기법의 하나다. 이는 제한된 시간에 모든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원칙에 기반한다. 소중한 일부터 먼저 하기는 빈 그릇에 물건을 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가장 크고 소중한 물건을 먼저 담아야 그 주변에 작은 물건들을 채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면 그 주변에 다른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해치우기 위해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지, 어떤 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일이 긴급한지 등을 고려하여 나름의 순서를 정한다. 그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이젠하워의 시간 매트릭스는 업무를 긴급성과 중요성에 따라 4가지 영역으로 분류하는 프레임워크이다. 이 프레임워크는 업무를 처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4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다. 특히 성공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긴급하지 않게 계획적으로 처리하는 데 중점을 둔다.
1. 중요하고 긴급한 일: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중요한 일을 처리한다.
2.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장기적인 목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한다.
3.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우선순위를 낮춘다.
4.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한다.
우선순위가 정해졌다면 시간을 블록화 한다. 시간 블록화를 통한 시간 관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해야 할 모든 작업을 나열하고 그에 따른 예상 시간을 생각해 본다. 각각의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 블록을 설정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휴식 시간을 꼭 포함하는 것이다.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중간중간 5분~10분 정도 나에게 적당한 쉼을 허락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토 및 조정이 필요하다. 하루나 한 주가 끝날 때 시간 블록을 검토하여 달성한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다음날 계획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면 된다.
계획 세우기는 매일 저녁 다음 날의 계획을 세우고 할 일 목록을 작성해 보는 것이 좋다. 전날 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바로 해야 할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새벽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결정을 내리는 피로를 줄이고 명확한 계획을 통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분명한 계획을 세우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명확한데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왜일까? 바로 방해 요소를 잘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해 요소를 잘 관리하면 작업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 확인이나 전화하기와 같은 일은 즉흥적으로 하기보다는 특정한 시간을 정하여 확인하는 것이다. 집중하여 어떤 일을 끝내야 할 때는 방해 요소를 줄이기 위해 장치를 무음 상태로 설정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외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 데이비드 앨런의 2분 법칙(two-minute rule)부터 적용해 보자. 2분 법칙은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분 미만이라 예상된다면, 다른 생각을 하거나 최적의 방법이나 환경을 찾는 등의 복잡한 것을 모두 생략하고 즉시 실시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짧은 시간이기에 집중하기도 좋고 실천하기도 좋다. 대개 간단한 이메일 확인이나 음식을 먹은 직후의 설거지, 쓰레기통 비우기 등 일상 속의 작은 일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일들은 전체 삶에 있어서는 작은 일에 불과하나, 미루고 쌓이면 점점 더 해결하기 어렵게 되며 또 해결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 또 2분 팔 굽혀 펴기, 2분 단어 암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매일 2분으로 시작했던 운동이나 공부가 몇 주 후에는 습관이 되고 더 오랜 그 일을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시간 관리는 단순히 할 일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다. 앞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나의 하루를 스스로 설계해 보자.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 또한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오로지 오늘 하루 만이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가던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오늘이다.’
#새벽기상
#미라클모닝
#새벽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