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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0분의 미라클 타임

by 초등교사 윤수정


10분, 절대 길지 않은 시간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손에 쥔 모래알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계획 없이 살아갈 때가 있었다. 10분은 시간도 아니라 생각했다. 쉬기도 어중간하고 무엇인가를 하기도 어정쩡한 시간. 늘 시간에 쫓기듯 살면서도 10분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어느 날이었다. 『10분의 기적』이란 방송을 보게 되었다. 누군가는 무심코 흘러버릴 그 10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조명하였다. 일하기 전 10분 탈춤을 했을 뿐인데 몸에 땀이 나고 급기야 허리 통증과 어깨 통증을 이겨냈다는 생산직 근로자, 쉬는 시간 10분을 활용해 자기만의 공부 시간을 갖는 내신 1등급 여고생, 아침 10분을 활용해 명상을 통한 쉼을 실천하는 사람, 등교 후 10분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키우고 있는 초등학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10분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꾸준함이었다. 비록 10분이지만 매일 실천하고 있었다. 10분이라는 시간은 짧다. 그래서 부담이 없다. 긴 시간 집중하기 어렵다면 10분만 해보자. 10분만 하면 되니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 꾸준히만 한다면 결과는 보장된다.


당장 내 삶에 적용해 보고 싶었다. 우선 10분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간단한 집 안 청소로는 설거지, 무선 청소기 돌리기, 화장대 정리, 책상 정리 등이 떠올랐다. 그 외 10분 독서, 10분 글쓰기, 10분 달리기 등 굵고 짧게 실천했다. 단, 매일 실천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새벽에 일어나면 일단 감사일기와 긍정 확언을 쓴 후 독서를 한다. 10분 타이머를 맞추고 읽는다. 나에게 10분만 주어졌다는 마음으로 읽다 보면 저절로 집중 독서가 가능하다. 집중해 읽다 보면 꽤 많은 페이지를 넘기고 있음을 깨닫는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짧지만, 결코 짧은 시간만은 아님을 몸으로 느낀다. 10분 독서 규칙은 출근 후에도 이어진다. 학교에 1-2권의 책을 가져다 둔다. 출근과 동시에 타이머를 맞추고 10분 독서를 한다. 아이들이 오지 않은 조용한 교실에서 혼자 책 읽는 10분은 하루 시작을 알리는 나만의 리추얼이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아이들이 하교하면 잠시 교실 정리를 한 후, 오후 독서 10분을 실천한다. 역시 타이머를 맞추고 10분만 읽는다. 수업 준비와 업무는 10분 후에 해도 무리가 없다. 오히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독서를 실천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기분이 좋으니 일도 더 잘 된다. 이렇게 새벽, 오전, 오후에 10분 독서를 했더니 한 달 동안 책 2-3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었다. 시간이 남을 때 해야지 했던 독서를 10분 적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내 삶 속으로 끌어왔다.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이었던 독서가 이젠 더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지 않고 내 일상에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 비결은 바로 10분, 미라클 타임 덕분이다.


최근에는 10분 달리기를 실천하고 있다. 긴 시간 운동할 여유도 없고 운동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다. 사십 중반을 넘기니 평소 먹던 대로 먹어도 살이 찐다. 일어날 때마다 뚝뚝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운동이 필요한 때임을 절감했다.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했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운동하는 것도 싫고, 또 긴 시간 운동하지도 못한다. 독서에 적용해 본 미라클 타임, 10분을 운동에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하루 딱, 10분만 달리기로 했다. 단, 매일매일 하루도 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0분 달리기는 빨리 달릴 필요도 없다. 내 운동 능력만큼, 그날의 컨디션을 기준으로 뛰면 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뛰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땀이 났다. 고작 10분 뛰었을 뿐인데. 여기에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보냈다. 뛰면서 내가 좋아하는 강의를 듣는 것이다. 어느 날은 영어 방송을 듣기도 했다. 이렇게 뛰고 듣고 하다 보면, 10분은 훌쩍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30분 이상을 뛰게 되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늘 고비는 있는 법,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날도 있었다. 정말 한 발짝도 못 뗄 만큼 힘들 날도 있었지만, ‘10분만 뛰면 되니까.’ 그렇게 나를 위로하며 운동화에 발을 구겨 넣었다. 밖으로 나오는 일이 어렵지 일단 나오면 뛰어졌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브런치에 100일 달리기를 선언하고 매일의 기록도 남겼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응원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잘하고 싶어졌다. 이 또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이 셋 워킹맘으로 살다 보니 집안일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잠깐이라도 손을 놓으면 순식간에 설거지며 빨래가 쌓인다. 한때 주중에는 청소하기가 너무 귀찮고 싫어서 쌓아두고 주말에 몰아서 청소하곤 했다. 5인 가족의 집안일을 몰아서 하기는 절대 쉽지 않았다. 대청소 규모의 집안일이 되다 보니 청소 시간도 길어지고 하고 나면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청소만 했는데 주말이 다 지나가 버린 기분이었다. 허탈했다. 월요일이 더 무겁게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집안일에도 10분 규칙을 적용해 보기로 했다. 밥 먹고 바로 일어나 10분 설거지를 실천했다. 그릇이 많은 날은 식기세척기를 활용했다. 10분이면 충분히 설거지와 간단한 주방 정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일 청소의 힘은 놀라웠다. 주말에도 긴 시간 들이지 않고 집 안 청소를 할 수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까지 여유롭게 정리했다. 집안이 정리되니 내 머릿속도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집 안 청소도 10분 단위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쪼개어 실천했다. 어제는 3단 서랍장 정리 10분, 오늘은 화장대 정리 10분, 내일은 아들 옷장 10분 정리. 쌓아두지 않고 하루에 10분만 투자하여 꾸준히 집 안 청소하고 버릴 것을 정리했다. 하다 보니 저절로 미니멀라이프에 다가가게 되었다.


하루 24시간은 1,440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분 단위로 144개가 모이면 하루가 된다. 과연 누가 10분을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10분은 짧아서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매일 10분씩 어떤 일을 한다면 더 오래 할 수 있다. 10분, 단 매일 실천한다면 놀라운 기적의 시간이다. 미국의 의사 멕스웰 몰츠는 “무엇이든 21일 동안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 21일은 우리의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다”라고 했다. 21일은 생각이 의심·고정관념 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두려움·불안 등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를 거쳐, 습관을 관장하는 뇌간에 자리 잡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인 셈이다.


『부동산 부자들』 등 다수의 인기 도서와 강연을 통해 부동산 투자 및 자산 관리의 대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돌프 드 루스(Dolf de Roos)는 “하루 10분, 더 깊이 생각하면 인생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은 단순한 숫자나 계산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각자의 생각을 확장하고, 더 깊이 사고할수록 기회는 배가된다.”라고 밝혔다. 생각을 다르게, 더 깊게, 한 번 더 하라는 뜻인데, 이 또한 10분의 힘을 적용해 설명할 수 있다. 최소 21일, 실천한다는 생각으로 10분, 미라클 타임을 씨 뿌리듯 내 삶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듯, 분명히 열매를 맺는 날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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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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