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날
다소 길어진 머리가 계속 신경이 쓰여서 동네 미용실에 다녀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뭐 해 먹을까?'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집식구들이 입을 모아 빨리 오라며 나를 불렀다. 식탁 위에는 맛있게 요리된 떡볶이가 놓여 있었다.
보아하니 얼마 전 큰 아들이 내 아이디로 주문하고 결재한 떡볶이 밀키트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아들 녀석이 손을 걷어붙이고 요리도 한 모양이다. 밀키트라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아들 녀석이 저만 먹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내 눈이 동그래졌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것 같다.
고등학교 들어가더니 조금은 더 사람 모습에 가까워지는 듯해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아들이 해 줘서 그런지 정말 맛있네. 진짜 맛있다." 하며 호들갑을 떨었더니 아들 녀석이 한 마디를 한다.
"엄마, 그냥 드셔도 돼요."
옆에서 큰 딸이 킥킥거리며 웃는다.
"엄마가 이렇게 오버하는 게 더 웃겨. 제 표정 좀 봐. 저 얼떨떨한 표정. 이 상황이 진짜 웃긴다니까."
남편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어쩌다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아들 녀석의 요리에 입을 다물 수가 없는데 말이다. 가끔은 오버쟁이가 되어도 될 것 같은데. 호들갑을 떠는 내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떡볶이에서 무뚝뚝한 아들 녀석의 사랑이 느껴졌다.
"고마워, 아들."
오래간만에 머리도 손질하고 아들이 해 준 맛있는 떡볶이도 먹고. 더 바랄 게 없다.
헨리 데이비스 소로우는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행복의 창조자다.
Man is the artificer of his own happiness.
헨리 데이비스 소로우
행복은 누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바로 내가 창조해 낼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내 행복은 내가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면 오늘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바로 이 순간, 내가 만들 수 있는 행복은 무엇인지 찾게 된다. 내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때, 내 삶의 진정한 창조자가 될 수 있다.
#나우학교, #아티스트데이트+8, #매일 글쓰기, #소확행, #아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