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안 Jan 03. 2024

09 화장실 공사

타일덧빵, 큐비클, 천장, 좌변기 설치하기

셀프 화장실 리모델링

화장실 공사는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현상유지를 하면서 최대한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으나 기존에 있던 타일 색상부터 낡은 나무문, 쓸모없는 샤워기와 세면대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실제로 부동산에서도 화장실을 새로 만들어야 할 판국이라 화장실 공사 견적이 많이 나와서 입주결정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집주인은 화장실을 조금이라도 고쳐줄지 렌트프리 기간을 줄지 선택권을 준다했는데, 왠지 화장실을 고쳐달라고 하면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렌트프리를 최대한 길게 받는 대신에 화장실을 셀프로 고쳐보기로 했다. (셀프 공사가 진짜 오래걸렸다...!!) 그래서 먼저 내부 철거부터 시작했다.

샤워기, 세면기, 좌변기 전부 떼어냈다...!!


타일은 깨지거나 부푼 부분 없이 잘 붙어 있어서 그 위에 덧빵을 치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업자를 불러 견적을 내보니 화장실 + 화장실 앞 포토존 공간까지 타일을 치니 일당만 45만원 가까이 되었다. 

평수는 직접 실측해서 제공했다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비싸 유튜브를 찾아보니 덧빵도 꼼꼼하게만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덧빵도 셀프로 해보기로 했다.

떼어내고 또 떼어내고... 하루종일 떼어냈다. 가운데 사진이 화장실 앞 포토존 공간이다.


좌변기 배관공사 및 단 높이기

내부를 다 떼어내고 나서 좌변기 위치를 안쪽으로 배치해서 남/녀 좌변기를 하나씩 놓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수도배관 공사를 도와주셨던 사장님께 화장실 배관설치도 함께 요청했는데 다행히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묶어서 1건으로 공사를 쳐주셔서 저렴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배관공사 후에는 기존에 튀어나와 있던 좌변기 배관 때문에 단을 높여 줘야 했는데, 벽돌로 조적을 한 후 레미탈을 부어 단을 높여주었다.

벽돌은 주변에 건자재상에 가면 장당 150원~200원 꼴로 구할 수 있다.


타일 덧빵

정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타일 덧빵. 유튜브를 보니 타일본드를 벽에 붙이고 고정만 잘 하면 어라 초보자도 할만 하네~? 하고 시작했다. (오산이었다...!!) 먼저 줄자를 가지고 실측을 했다. 그리고 타일이 몇장이나 필요할지 계산을 해서 부산 강서구 근처에 타일집을 방문했다.

줄자로 실측하기

당시 추석 연휴기간 바로 전날이라서 타일이 모자라면 중간에 작업을 멈출 수 없었기에 여유롭게 타일을 2박스 더 구매해서 총 21BOX (300*600mm), 동절기본드 6통, 줄눈이랑 백시멘트, 십자쿠사비(타일간격을 일정하게 조정하려고 사이사이 박아넣는 플라스틱 조각), 스텐분리대까지 총 65만원을 지불했다. (스텐분리대는 결국 사용하지 않았는데 굳이 안사도 될뻔했다)

타일작업은 정말 힘들었다.


타일본드는 생각보다는 끈적임이 오래갔지만 그래도 굳기 전에 사용을 해야 되었으므로 통을 개봉하고 가능하면 1~2시간 이내에 전부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통을 뜯기 전에 타일 위치를 전부 세팅해두고 타일본드를 벽이 던져 붙인 뒤 바로바로 타일을 붙이는 식으로 진행했다. (와이프랑 둘이서 진행했다) 생각보다 타일이 커서 그런지 반듯하게 붙이는건 할 만 했으나 정작 타일을 잘라야 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에 자그마한 타일칼을 사왔는데 계속 타일이 부러지는 바람에 타일을 조각내서 붙여야 하는 구역들은 첫날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이후 타일컷팅기를 사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심지어 처음 샀던 타일컷팅기는 작아서 큰 놈으로 다시 구매했다)

요게 있어야 타일이 잘 잘린다.


타일공사는 화장실 앞 공간까지 작업하느라 3~4일이 걸렸다. 화장실 앞 공간까지 마무리하고 나서야 한번에 줄눈을 넣었고 타일공사를 깨끗한 무광 흰색으로 마무리하고 나니 화장실이 새거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긴 했다. 동시에 공사 기간 내내 가장 힘들었던 게 타일공사라서 다시 이런 리모델링을 셀프로 하라면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를 갖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깔끔하게 마무리 된 공간을 보고 나면 생각보다 기분이 매~우 좋다


타일공사가 마무리 되고 나서는 위에 에폭시로 방수공사를 해주었다. 에폭시는 그레이아트 대표님이 가지고 있던 부자재가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좌) Before (우) After


천장 교체 및 화장실 파티션 설치

타일을 나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나니 천장도 교체를 해야했다. 창문이 트여있기 때문에 천장 가운데에 튀어나온 이상한 환풍기는 제거하고 평평하고 깔끔한 천장을 얹기로 했다.

제거한 천장


천장은 사이즈를 재서 주문을 했으나 미묘하게 사이즈가 큰 바람에 그라인더를 가지고 10~15cm를 절단한 후 얹었다. 보기보다 혼자서 들기에 너무나도 무거워서 배관공사 하는 사장님 도움을 받아 끼워넣을 수 있었다.

떼어낸 천장 부자재들


마찬가지로 화장실 파티션은 인터넷을 보니 큐비클을 별도로 판매하긴 하던데 솔직히 직접 설치할 생각은 아니었다. 주문하면 설치까지 된다길래 주문하려 했는데 김해는 방문설치가 안된다고 해서 셀프설치를 했을 뿐이다. 파티션 설치는 어렵다기보다 각 부자재를 설치할 위치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신중하게 해야 해서 까다로웠다. 특히 화장실 파티션의 두께를 고려하지 않고 주문을 하는 바람에 파티션을 단을 높여놓은 가장자리에 겨우겨우 설치할 수 있었다. 너무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으면 안정적으로 설치가 되지 않을 수 있어 조마조마했지만 그나마 공간이 조금 나와서 설치가 가능했다.

구매한 파티션과 천장


문은 별도로 7만원 정도주고 맞춤으로 스토어팜에서 구매한 후 달았다. 톤을 깔끔하게 맞추고 싶어서 하얀색으로 하고 뚫린 부분은 실측을 한 후 불투명 아크릴판으로 메웠다. 문고리는 스텐으로 된 손잡이를 구매해 설치했는데 경첩 부분을 정확하게 재서 뚫어야 안팎으로 손잡이 아구가 잘 맞았다.

설치한 문과 천장


설치가 완료된 화장실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새로운 변기와 화장지걸이 / 화장실파티션 / 천장...새거다 새거!


바로 앞 공간까지 꾸며놓으니 감성이 충만하다. 깨진 콘크리트와 벽돌 조각들마저 한껏 인테리어를 돋보이게 해주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인 화장실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글로 쓰니 별거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철거(1일), 타일공사(3일), 단높이기+조적(2일 - 말려야 하기 때문에), 천장 및 파티션설치(1일)까지 거의 일주일을 홀딱 잡아먹는 대공사였다. 일주일동안 일 끝나고 야밤에 전기호롱불 하나 걸어두고 4~5시간씩 한겨울에 작업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영롱...!


그래도 하나하나 직접 고치고 꾸며나가다 보니 그만큼 가게에 애정이 생기는 건 당연한 듯 싶다. 자영업 시작하기도 전에 정말정말 힘들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정성스레 공들인 공간에 정성 가득담아 만든 음식과 술들로 고객들을 맞이하다 보면 '아, 이게 자영업의 로망인가' 싶을 때도 있다. 이 맛에 내 가게, 내 공간을 만들고 싶은 건가보다.




화장실 공사가 마무리 되었으니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메인홀과 주방을 꾸미기 앞서 바닥 밑 내부 벽 마감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연재 순서는 실제 작업 순서와 동일하나, 내부 벽 마감과 도장작업, 바닥마감은 화장실 공사와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이전 08화 08 기반시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