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이 저를 생각할 때, 술이 아닌 다른 이미지로 떠올리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술을 못 마실 뿐이지,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술자리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 와이프를 처음 만날 때도,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술 안 마시고도 술자리에 잘 어울려 있어서 술 안 마신 티가 안 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분위기를 잘 즐기고,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술을 못 마신다고 불편했던 적이 없습니다.
- 그래도 술마시자는 고객이 있으면요?
- 술을 좋아해서 술로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고객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리거나 방법만 다를 뿐 해당 고객과 교류하기에는 다른 수단 및 방법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 네, 알겠어요.
당시 최종면접 3인 중 1등으로 합격했고, 지금도 회식자리에서는 사이다를 과음하지 않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면 다들 이해해주고, 오히려 적당히 조절하라고 되받아 주며 자리를 하고 있다.
술이 아니어도 성공했으니까!
최근 나를 뽑았던 영업이사님과 함께 중요한 고객미팅이 있었다. 해당 고객은 내 거래처 중 큰 매출을 담당하는 고객이었는데, 이번 증설 프로젝트에서 우리 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하게끔 시방서를 작성해 주었다. 이사님은 우리 회사 역사상 발주처에서 우리 제품을 단독으로 명시한 건 처음이라며 궁금해했고 미팅을 주선해 같이 참석하게 되었다.
고객사 key person께서는 술자리나 저녁을 함께 하진 않았지만, 거짓말하지 않고 영업하는 태도와 뱉은 말에 책임지고 이행하는 모습이 기대 이상이라서 신뢰를 갖게 되었고 제품을 전적으로 사용하게끔 힘을 실어 주었다고 이사님께 말씀해주었다. 이를 계기로 이사님은 술을 안 마셔서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잘하고 있어서 이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격려해주었고, 스스로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영업을 잘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만의 무기 찾기
영업은 일과시간 이후에 이뤄진다고 했던가. 술자리를 하면 분명히 빠른 시간에 고객과의 어색한 벽을 허물기 좋을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이 전부 술자리 한번 했다고 제품을 써주진 않는다. 오히려 술자리 이후 찾아가지 않거나 제대로 된 제품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색한 관계로 전락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몇 년간 기술영업을 하면서 보면, 술은 분명 좋은 '수단' 중 하나는 맞다.
하지만고객을 설득하고,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 확실한 본인만의 전략과 무기가 있다면 술이라는 수단은 영업을 위한 필수조건은 결단코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골프가, 누군가에게는 기술지식이, 누군가에게는 발 벗고 나서는 태도가 먹힐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안 먹힐 수도 있다. 수단이 뭐가 되었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내편으로 삼고자 하는 고객과 목표를 이룰 수만 있다면,
그때 필요한 건, 내가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는 것!
내게 가장 맞는 무기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내 성향과 모습을 탐구해야 한다. 주변에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처럼 보이는지, 객관적인 피드백도 들어보면서, '나'라는 사람을 내가 이해하고 활용할 때 내게 제일 적합한 무기를 꺼낼 수 있다.
다음 내용에서는 내가 기술영업을 하면서 무기로 내세우는 특장점들에 대해 서술해보려고 한다. 이 내용이 특히나 술을 마시지 못하는, 혹은 좋아하지 않는 영업사원, 기술영업에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