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에 같은 영업팀이지만 두가지 조직구조가 존재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A영업팀과 B영업팀이였는데, 밖에서는 똑같이 영업을 했지만 영업팀 조직구조는 전혀 달랐고 회의나 업무보고 등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회사라고 봐도 무방했다.
S: 영업사원들이 부서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수평한 관계로 책임도 동등하고 위계질서도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서 업무로드가 균일하게 걸린다. 수직적인 차부장, 과장 관계가 아니라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유리한 구조. 영업사원이 Account를 각각 맡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 역시 확실히 가져갈 수 있다. 또한 부서장이 직접 오더를 주기 때문에 오더가 왜곡될 확률이 적고, 이는 부서장의 의도를 쉽게 파악하여 두번 보고하는 일이 줄어들어 업무효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W: 약점은 아니지만 영업사원들 개개인의 책임이 무겁다. 검토나 내부결재를 부서장에 직보하기 때문에 사소한 숫자나 문서 제출에 더 신경을 써야하고 실수가 생겼을 때 버퍼장치가 없다는 게 함정. 다만 그만큼 본인이 꼼꼼하게 챙기고 대응한다면 본인 업무능력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
O: 특히 회의나 의견교환을 할 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제시가 가능하고 피드백도 동등하게 수렴하기 때문에 도전적이거나 새로운 사고방식도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T: 관리자인 부서장에게 관리포인트가 집중되지만 부서장이 각기 다른 팀원들에게 업무분장과 책임을 제대로 주고 성실한 보고를 받는다면 오히려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각각의 모든 Account를 같이 담당하는 느낌이 들어 업무로드가 늘어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관리자 입장에서 그렇다.
B영업팀 - 수직적 조직구조
S: 팀원이 팀장에게 보고하고 팀장이 다시 취합해서 부서장에게 보고하는 형식. 팀장이 유능하다면 팀원의 부족한 점을 커버할 수 있고 팀 내 소통이 원활하여 분위기가 좋다면 으쌰으쌰 해나갈 수 있다.
W: 반면 팀장이 무능하거나, 팀장의 리더십에 따라 팀 분위기가 팀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게 변할 수 있다. 부서장이 팀장들을 갈구고 팀장이 다시 팀원들을 갈구는 내리갈굼 형태가 생길 수 밖에 없으며 , 중간인 팀장선에서 부서장의 의견이 왜곡되어 전달될 수도 있다. 부서장이 원하는 바를 잘못 해석하여 팀원들에게 전달이 된다면 업무보고 내용이 달라지기 되고 부서장이 해당내용을 반려하여 몇번이고 핑퐁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즉,업무효율이 극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
O: 부서장이 팀장을 믿고 팀장이 팀원들을 믿어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면 오히려 수평적인 조직보다 빠르게 업무분장 및 수행을 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 수직적이기 때문에 너 이거 너 이거 너 이거 식으로 할 일을 정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항상 수직적인 조직의 문제점은 의견이 왜곡된다는 점인데 아무리 팀장이 유능하더라도 한 사람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때 그 의도를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생기고 팀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은데 팀장 말대로 했다가 욕 먹고 고치는 경우도 자주 생길 수 있다.
T: 최악의 경우능 각 수직구조의 포인트마다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 의사소통 단절로 치닫을 수 있다. 부서장과 팀장이 사이가 좋지 않으면 내부결재가 느려지고 팀원들이 보고서 고치는 데 온 시간을 쏟아붓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팀장과 팀원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면 어느 한쪽이 정보를 독점하는 경우가 생겨 다른 사람은 바보가 되는 경우도 생기기 된다. 이 경우 업무효율은 마이너스다 못해 굳이 이런 조직에서 일해야 하나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팀원 입장에서는 A영업팀의 수평적구조를 바란다. 개개인의 책임이 무거워지는만큼 권한도 많아지기 때문에 어느정도 연차가 쌓이면 내 고객은 내가 알아서 케어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1~2년차 이제 막 들어와서 수평구조인 팀에 들어가 Account를 마구잡이로 담당하면 그겅 그거 나름대로 신입이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도 있다. 마땅한 사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내 밑에 누가 들어와야 그나마 성의껏 가르치려고 하지 나랑 같은 입장인 상대방을 가르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군대에서도 맞후임은 잘 가르쳐도 1-2주 차이나는 동기들에게는 별말 안하지 않던가.
다만 실제로는 B영업팀에 소속되어 있고 옆동네 A영업팀이 3시간만에 의견조율하고 회의끌낼 때 B영업팀 부서장이 주관하는 8시간 짜리 회의를 앉아있다보면 정말 힘들 때가 많다. 오히려 밖에 나가서 고객 만나는 게 부서장 상대하는 것보다 백배는 쉽다고 생각하는 걸로 아직 내부영업에는 도가 트지 못했나 싶다가도 부서장 등쌀에 못이겨 하나둘 나가는 팀장님들을 보다보면 그러려니 하고 만다..!
부서장의 강압으로 팀 전체적으로 부서장의 한마디 한마디 신경쓰다보면 오히려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부서장의 코멘트 하나에 더 신경쓰게 된다. 회사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수직구조의 정점에서 현장 고객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업무지시하는 것과 현장을 둘러보고 업무지시를 내리는 건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천지차이일 때가 많다. 부서장이라 바쁘고 관리포인트를 챙겨함은 이해하지만 인간적으로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