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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Jan 27. 2023

14. 기술영업, 마치며

오늘 퇴사통보를 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려는 이유

2023년이 지나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는 것, 회사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부속품이 되는 것이 어느덧 편해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날짜에 월급이 나오는 게 너무 편하고 소비패턴이 일정해지는 것도 너무 편해지려고 하고 있다. 또한 무언가 새로운 걸 추구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할까에만 집중하려고 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더 이상 내가 발전하지 않고 고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2023.01.27 오늘 사직서를 냈다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절대 회사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바텐더로 일하면서 생활했고, 스타트업에서 업무를 배워 창업을 해야지 하면서 창업경진대회에도 참여하면서 입상도 하고 했지만 30살이 된 지금은 벌써 회사라는 조직에 몸 담은지가 3년이 지났다. 고작 3년만에 무슨 전문성을 키워 퇴사를 꿈꾸냐고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전문성을 꿈꾼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빠른 변화를 좋아한다. 가만히 대형고객사를 찾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보다 항상 180º 새롭고 어떻게든 끊임없이 뇌를 갈궈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사소한 계획도 전부 스케쥴로 만들고, 정리할 수 있는 정보는 엑셀로 정리해서 한눈에 보려고 하는 습관역시 효율성을 극도로 올리고 싶어하는 한국인의 전형적인 특성이지만 이러한 특성과 성향들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투자해보려고 한다.


최근에는 예전에 하던 바텐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기 위해 상가를 계약했다. (사실 bar를 만들지, 그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미대를 나온 와이프도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동의를 해주어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인데, 정말 와이프 잘만나서 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빌어 와이프에게 너무너무 고맙다라는 인사를 전한다. 회사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는 내게 같이 도와주겠다고 회사를 떠날 빌미를 얼마든지 만들어줄 수 있는 아내는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뭘 하든 "되겠지 뭐. 해봐"라고 말해줄 수 있는 아내의 강심장과 믿음에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전한다.


기술영업, 이런 사람들에겐 제격이다

영업사원이 한 회사에서 만날 수 있는 그 끝은 대리점사장, 만년부장, 임원 중에 하나일 것이다. 물론 기술영업을 하면서 그 외에 강의를 나간다던지 부업을 통해 그 갈래를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고 임원이 될 수도 있을테지만,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면 임원이 되더라도 회사의 더 큰 부속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술영업을 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후회하진 않는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지만 기술영업을 하면서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비즈니스에서 Give and Tank를 어떻게 전개해나갈 건지는 확실히 배웠다. 영업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고, 주어진 문제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어느 부서와 연계하여 문제를 풀어나갈지 배우고 또 배웠다.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내부에서 어떻게 나를 어필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여러 인간상들을 보면서 전반적인 경험이 늘어난 부분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고 영업이 아닌 다른 직무를 하더라도 잘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영업일을 통해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인맥을 확보하거나,

정말 다른 사람들을 돕고, 접대나 영업활동에 수반되는 활동을 즐기거나,

회사에 크게 기여하여 임원을 바라본다면,

기술영업이라는 직무를 적극 추천한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 기술영업을 지원하고, 다른 부서가 집에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 고객들을 접대하며 회사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충분한 대우를 해주는 기업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저그런 영업사원으로 안주하려고 영업을 시작하면 감정만 갉아먹는 회사생활이 되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영업활동을 통해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를 활용해 더 높이 올라가거나 내 사업 연계해 Big Boss가 될 생각이라면 영업은 얼마든지 할 가치가 있는 직업이다. 특히 여느 직무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대처해보면서 내공이 쌓일 수 있다. 영업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나볼 기회가 많은 직무도 없으니 한 사람 한 사람 매번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그 상황을 해결할 때 마다 내 문제해결능력 역시 알게 모르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배울게 너무나도 많은 일이다.


배울 게 무궁무진하고 그 만큼 업무강도가 센 직업. 그게 영업이다. 회사가 하나의 마차라면 영업은 마부다. 영업이 조정하는 방햔으로 마퀴에 딸린 바퀴, 물류팀 연구소 영업지원 재무팀 등이 따라온다.


아무리 경영진이 도착지를 알려주면서 데려다 달라고 해도 영업이 방향을 잘못틀면 마차는 낭떠러지로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영업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소리도 나오는 거라고 본다. 그만큼 영향력이 지대하니까.


영업일을 한다면 그만두기까지 정말 배우고 또 배우자. 다른 무슨 일을 하든 영업이 수반되지 않는 일은 없다. 요식업이든 온라인 스토어팜을 하든 방법이 달라도 고객을 끌기 위한 모든 게 영업이다.


나 역시 영업일을 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짧은 간동안 정말 많은 걸 배우게끔 자유를 주고, 회사를 떠난다고 했어도 기회를 줘서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이지는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주인이자 마부가 되는 길을 택하려고 한다. 내 모든 경험과 노력들이 바로 혹은 끝끝내 빛을 볼 순 없을지라도 온전한 내 것을 운영해보려고 한다. All is well.




2023.01.17 금요일

직속상사(Line Manager)에게 사표를 냈다. 30 days notice로 퇴사 30일전에 통보해야지 지난주부터 생각만하다가 날짜를 지우고 쓰기를 정말 수십번 한 것 같다. 월요일날은 한주가 시작하는 날인데 좀 그런가, 수요일은 너무 중간이라 좀 그런가하면서 금요일까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사직서를 제출했다. 2월 27일까지 근무하였으면 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하고 나니 뭔가 몸도 가벼워지고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앞으로 1달간 인수인계 및 퇴사준비를 하면서 겪는 일들도 정리해보려고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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