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 회사가 점심도 안주고 일시키는 거 있지? 아무리 그래도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어떻게 밥도 안주고 일을 시켜? 내가 먼저 먹자하기도 그래서 팀장님 음료라도 드실래요 했더니 눈치는 밥말아먹었는지 아니 흘릴 거 같아서 안드시겠단다."
회사 새지점 1주년 기념식에서 하루종일 밥도 못먹고 일만 하던 아내가 잔뜩 화가 나 열변을 토했다. (카톡으로도 열받은 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여보, 내가 지금 당장 가서 어 확그냥 막그냥 거기서 일하는 이사랑 다같이 엿먹어보라고 1번부터 끝까지 시그니쳐 메뉴 각각 1개씩에 음료도 아주 까!칠하게 시럽종류 다 외워가서 달라고 할테니, 거기 어디야? 주소대봐 지금 출발한다!"
내가 너무 오바를 한 나머지 기분이 좋다는 아내를 보면서, 진짜 말 한마디 별 게 아닌데, 그저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해 조금 오바했을 뿐인데 기분이 나아지게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연애할 때만 해도 아내의 눈꼬리만 0.1만 올라가도 기분이 상했나 뭐가 마음에 안드나 노심초사했던 게 엊그제 같다. 바로 어제만 해도 회사얘기하는데 건성건성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도 똑바로 안해주냐고, 공감도 못해주냐고 핀잔을 들었었는데,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싶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내 온 세상의 네 것이였는데, 지금은 회사니, 육아니, 소홀한 핑계뿐이 남은게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