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퇴사 5일 전에 고객과 회식하기
퇴사한다고 말해?
"날 잡아야지. 가는 날 얼마 안남았는데 올거지?"
퇴사를 앞두고 친했던 고객들이 이번 기회에 저녁을 꼭 사주겠다며 연락이 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 고객사에는 퇴사 D-day까지 5일이 남았건만 그만둔다고 아직도 말을 하지 못했다.
이유인 즉슨 당시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고객사 담당자가 다른 경쟁사들 정보를 전부 공개해주면서까지 우리 브랜드를 선택하기 위해 같이 고군분투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기술대응 및 발주처 문의사항에 대해서는 전담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었다)
자그마치 1년 남짓이나 검토단계에 있던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올라와 수주가 눈 앞이였을 뿐 아니라, 고객사 담당자는 여태껏 경쟁사 단가까지 공개하며며 어떻게든 우리에게 프로젝트를 주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차마 내일모레면 퇴사라고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특히 퇴사 5일 전에 방문한 고객사에서는 저녁을 먹자며 꼭 부르겠다고 해서 얼떨결에 회식약속까지 잡아버리고 말았다.
가만 생각해보면 회식약속을 잡기 전에 고객에게 사실대로 퇴사예정임을 알리고, 후임자를 소개시켜줘야 마땅하나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았었고, 팀장님은 일단 자기가 커버하겠다고 놔두라고 하셨다.
"그런데, 팀장님도 다음 달에 나가시잖아요..?"
저녁시간은 다가왔고 다들 회식자리에 둘러 앉았다. 고객사 담당자는 여태껏 나와 함께 고생한 일화를 풀어내며 항상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회사를 계속 다닐 생각이었다면 굉장히 보람찬 상황이었다. 하지만 퇴사일을 코앞에 두고서 아무말 못하고 칭찬을 들으려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결국 회식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퇴사의 '퇴' 자도 꺼내지 못했고, 퇴사하는 순간까지도 고객에게 말을 못했다. 내가 담당하는 거래처 중에 유일하게 퇴사전에 퇴사얘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못한 업체였는데, 비즈니스적으로만 대하던 업체가 아니라서 많이 감정적으로 대한 듯 싶다.
사실 영업을 하다보면 굉장히 계산적으로 사람을 대하게 된다. 항상 고객의 행동과 말, 피드백을 유심히 관찰하며 현재 흐름이 괜찮은지,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는 않은지 시시각각 따져본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다르듯, 어떤 고객에게는 계산적이기보다는 더 인간적으로 다가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고객이 바로 그랬다. 평소에도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정말 친한 형 같이 대해줬고, 동생으로써 형을 따르듯 자연스레 돕게되는 듯 흘러갔다. 그만큼 나도 형을 대하듯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한 것도 있지만 이런 행동이 서로 잘 맞아서 더욱 시너지가 낫던 것 닽다.
결국 퇴사하고 며칠이 지나 통화하면서 퇴사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담당자는 이해한다며 잘 통화로 마무리를 지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매는 언제든 먼저맞는 게 낫다고 마치 고객을 일부러 속인 듯한 느낌이 들어서 차라리 미리 말할걸 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또 같은 상황이라면 좋은 회식 분위기를 망친다는 걱정에 퇴사를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미리미리 퇴사를 알리고 더 성숙하게 퇴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