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The Garden ofForkingPaths

by 원일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The Garden of Forking Paths- 라는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경로는...

이런 인과관계는 더 세분될 수 있고, 거슬러 올라간다면 나의 탄생과 부모님의 탄생, 철기 청동기를 지나 원숭이, 빅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될 것이다. 뉴턴부터 시작해 아인슈타인 등, 물리학자들이 정립한 고전 역학 법칙들은 이런 인과론적 결정론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미분방정식과 상대성이론까지 수많은 이론은 이 인과적이고 결정론적 우주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과거 물리학자들은 마치 우리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속도와 위치를 예측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변수를 파악할 수 있다면, 전 우주가 돌아가는 방식 또한 이해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등장은 이런 고전역학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선 고전 역학에서 중시했던 인과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고전역학에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통해 미래의 상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던 것과 달리,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미래의 상태를 인과관계가 없는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양자의 미시적 세계에서는 이런 모든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들이 동시에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이런 중첩 상태에서 관측자가 관측을 시도하면 미시세계의 중첩 상태는 깨지고 거시 세계의 한 상태로 귀결된다.


취팽의 소설 또한 이런 양자론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알버트가 언급한 획일적 시간과 반대되는 -시간의 무한한 연속들,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어지럽게 증식되는, 분산되고 수렴되고 평형을 이루는 그물-이라는 취팽의 시간의 개념은 양자역학의 중첩 상태와 같다. 취팽이 썼던 소설에는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에서는 죽었던 주인공이 뒤에선 살아있기도 하고, 주인공이 적을 죽일 수도, 적이 주인공을 죽일 수도, 혹은 둘 다 살아남을 수도 있다. 모든 일은 마치 양자역학의 중첩 상태처럼 동시에 존재한다. 취팽의 소설은 이 확률적인 선택지들을 모두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유춘은 계속되는 갈림길에서 스스로의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스스로의 선택은 마치 양자역학의 관측처럼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중첩 상태의 이야기를 특정한 한 상태로 귀결시킨다.


양자역학의 등장 이전에는 인간의 의식 또한 인과론적이고 결정론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주된 사조였다. 그 때문에 인간의 의식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 또한 인과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선형적인 성향을 띄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디지털 시대가 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근본적 속성으로 인해 비선형적인 미디어들이 탄생하게 됐다. 이 디지털 시대의 예술들은 과거의 인과론적 방식에서 벗어났다. 예를 들어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 산물인 게임의 경우 플레이어의 능동적 선택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비선형적인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디지털 시대의 예술 작품들은 비결정성과 비연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양자론적 세계관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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