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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Xpaper Jul 22. 2024

자제력이 필요해

조나 레러의 《탁월한 결정의 비밀》을 읽고

애나 번스의 장편소설《밀크맨》에 관한 감상문을 쓰다가 잠시 접어두고, 몽테뉴의 《수상록(隨想錄)》(ESSAIS)을 읽다가 다시 눈을 돌려, 조나 레러의 《탁월한 결정의 비밀》을 읽는 것은 도대체 무슨 독서법일까? 같은 주제의 책을 동시에 비교 분석하는 ‘신토피칼 독서법’은 분명히 아니다. 집중력과 자제력이 모자라는 ‘중구난방 독서법’이라고나.      


“인간은 실로 놀랍도록 헛되고 가지각색이며 변하기 쉽다.” 이것은 몽테뉴의 《수상록(隨想錄)》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을 마주하고선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실로 놀랍도록 헛되고 가지각색으로 군다. 조용하고 가정적이며 신비하고 고요하고 가끔만 미친 듯이 웃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옛말에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참고 자제력을 발휘하면, 결국 오해가 풀리고 고통과 분노를 극복하게 된다는 뜻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내력이 필수사항임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인내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다. 인내력이 없는 사람은 만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1969년 월터 미셸이란 심리학자가 다섯 살짜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아이들을 책상과 의자가 있는 방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접시 위에 쿠키와 마시멜로 같은 과자 중 한 개를 선택하게 했다. 접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지금 바로 먹으면, 한 개를 먹을 수 있는데,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몇 분 기다리면 두 개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모두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 심리학에서는, 더 큰 만족을 얻기 위해 순간의 유혹을 참는 능력이 자제력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자제력을 발휘한다면 인간 본성에 자제력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대부분 아이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과자를 먹었다고 한다. 30초도 못 견딘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인간의 자제력은 본질적으로 약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극소수의 아이들은 참고 기다려서 과자 두 개를 얻었다고 한다. 참기 능력을 발휘한 이 아이들은 도대체 어떤 능력을 지녔던 것일까. 타고난 인내력이 따로 있었던 것일까.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이 아이들이 보인 행동은 예외 없이 똑같았다고 한다. 즉 그들은 시선을 돌렸다. 마시멜로에서 눈을 떼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바꼭질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눈을 감거나, 신발 끈을 반복해서 묶거나 했다.     


이 아이들이 보인 기술은 ‘자제력’이라는 기술이 아니었고, 관심 돌리기 기술이었다.      


따라서 나는 자기 절제가 필요한 사람에게, 참을 인(忍) 자를 세 번 쓰라는 동양의 지혜를 권장하고 싶지 않다. 그건 우리 부모 세대가 사용한 방법인데, 요즘처럼 인터넷과 SNS, 컴퓨터 게임과 카카오톡 등 기술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조나 레러의 당신의-스포트라이트를-통제하라는 방법을 따르고 싶다. 자제력은 실제론 관심의 초점을 어디에 두는 것이 올바른가의 문제다. 즉 관심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학습하라는 것이다.      


아이가 게임에만 몰두한다면, 부모는 게임을 못 하게 막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방법보다는 다른 방법, 즉 게임이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른 관심이 반드시 (지겨운) ‘공부’이어야만 한다고 부모가 믿으면 실패하기 쉽다. 그냥, 지금 중독성이 심한 게임이 아닌 다른 즐거운 어떤 것, 차라리 만화책이나 영화 같은 것을 권장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관심을 분산시키는 게 올바른 접근이 될 것 같다. 무조건 막으면, 아이는 억울해서, 더욱더 게임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게임 대신, 아빠와 함께 마시멜로 과자 만들기에 도전해 보자고 말해보면 어떨까. 

     


조나 레러의 《탁월한 결정의 비밀》은 국내 출판 시장에서 제목을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로 바꿔 달고 재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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